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1. 1. 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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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지음, 창비 펴냄

“한국의 의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하는 현실 직시는 드물었다.”

코로나19부터 전공의 집단휴진 사태까지 2020년은 의료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높아진 관심만큼 의료 공공성에 대한 논의도 한층 깊어졌냐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에게 달렸던 무수한 ‘좋아요’는 파업을 나선 의사들에게 ‘싫어요’ 버튼이 되어 쏟아졌고, 정부는 비대면 의료 산업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은 없었다. 저자는 감정적인 비난과 현실성 없는 발상이 공론장을 뒤덮으면서 한국 의료의 ‘커먼즈’를 논의할 기회를 잃었다고 말한다. 왜 의료 공공성이 시민들에게 구체적 의제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가. 의료와 돌봄 연구자들의 대담을 통해 의료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아테네 팬데믹 안재원 지음, 이른비 펴냄

“역병은 사회 질병이다. 사회적으로, 나아가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연하지만 코로나19는 인간 사회에 영향을 끼친 최초의 전염병이 아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불티나게 팔린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서 힌트를 얻고자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기원전 430년 그리스의 아테네 역병 사례를 소개한다. 코로나19가 그렇듯 아테네 역병은 개별 인간의 생존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통합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책에는 투키디데스, 에우리피데스, 플라톤 등 사상가들이 역병과 사회를 성찰한 방식이 적혔다. 아테네 역병 시기에 쓰인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해석이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이 작품이 국가적 위기 때에 필요한 리더십의 전형을 제시한다고 본다. ‘진실’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정치야말로 국난을 극복하는 밑바탕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속성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김홍식 옮김, 부키 펴냄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이용 약관’을 간단명료하게 기술하는 설명서.”

구글과 우버를 보며 우리는 ‘기술’이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술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제학 연구에서 출발한 창조적 ‘이론’들은, 기술 못지않게 혁신과 통찰을 이끈 중요한 동인이다.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행동경제학을 가르치는 레이 피스먼 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부의 티머시 설리번 상임이사가, 2차 세계대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나온 가장 중요한 경제학 논문을 선별해 풀어낸 책이다. 저자들은 시장이 세상을 훨씬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왔다고 인정하면서도 ‘시장혐오주의’와 ‘시장근본주의’ 모두로부터 거리를 둔다. 다만 “시장에 의해 사용되는” 게 아니라 “시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시장의 작동 원리를 잘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이라영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오랫동안 역사에서 언어의 주체로 살아온 남성들은 여성들과 마주 앉기에 종종 실패한다.”

주거지를 서른 번쯤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만큼 이별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피로와 긴장을 다루는 요령이 생겼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알고 싶은 절박함도 사라지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알고자 하는 욕망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따라 지적 활동의 경로는 달라졌다. ‘주류의 인정’을 원하는 남성들은 각종 고전을 꿰뚫고도 여성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폭력에 대해서는 무지의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그런 편파적인 세상에서 분노에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우울함과 잘 살기 위해, 오만을 다스려 무지를 발굴하기 위해 저자 이라영은 읽고, 보고, 썼다. 이 책이 다루는 21명의 작가들이 남긴 작품은 분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힌트를 준다.

 

 

 

 

 

 

 

 

하루 쓰기 공부 브라이언 로빈슨 지음, 박명숙 옮김, 유유 펴냄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성취한 것이 아닌 자신이 극복한 것으로 규정된다.”

비뚜름한 자세로 대충 훑어 넘기다가 똑바로 고쳐 앉았다. 글쓰기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은 많고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도움을 얻지 못했다. 이 책도 글쓰기의 요령을 알려주겠거니 생각했다. 제목과는 달리(?) 성공한 작가가 되는 데 필요한 글쓰기의 회복탄력성에 관한 안내가 담겼다. ‘글쓰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이 세상에서 이미 지옥을 맛본 작가는 죽어서 벌 받을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첫 구절에서 바로 공감의 탄식이 터졌다.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구나. 명상, 몸과 마음의 연결, 스트레스 다루는 법을 글쓰기 책에서 만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다양한 작가와 예술가, 심리학자, 저널리스트 등이 건네는 명언을 듣다 보면, 폐허 같은 심신이 조금 안정되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공무원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사무실 안에 있으면 모든 게 그렇고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자크는 이 책을 1841년에 썼다.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의 명멸을 뒤로하고, 루이 필리프 왕조의 탄생을 목도한 뒤의 일이다. 책은 사회에 몹시 비판적이지만, 이전 시대 프랑스에서 나왔던 저서들처럼 혁명적 열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왕과 귀족이 누리던 지위를 인계받은 공무원 집단을 그는 매우 냉소적으로 묘사한다. ‘생리학’이라는 제목처럼 그는 공무원이라는 ‘종’을 지사, 실장, 사환 따위로 나누어 분석한다. 책을 19세기 프랑스 공무원 사회에 대한 스케치로만 여긴다고 하더라도 특유의 문체 덕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공무원들에 대한 발자크의 묘사 기저에는, 막 태동하기 시작한 관료 사회의 얼굴이 보인다. 당대에는 새로운 현상이지만 오늘날에는 익숙한 풍경이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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