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마개 떨어졌어요" 말해준 라이더, 추위를 견뎌본 이의 시선

한겨레 2021. 1. 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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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는 시국의 명령 속에도 역설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우리를 살아가도록 격려한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노동하는 이들을 지키자'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시국의 명령 속에도 역설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우리를 살아가도록 격려한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노동하는 이들을 지키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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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남의 집 드나드는 의사
16. 새해 소망이 있다면
게티이미지뱅크
가만히 있으라는 시국의 명령 속에도 역설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우리를 살아가도록 격려한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노동하는 이들을 지키자’이다.

“귀마개 떨어졌어요.”

진료 가는 길에 탄 버스에서 내릴 때 뒷모습을 보았던 ‘배민 커넥터’가 마침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가 메고 있는 커다란 가방이 내가 들고 있는 진료 가방과 비슷해 보인다. 매서운 한파에도 누군가에게 따듯한 음식을 전하는 전달노동자가 참 감사하다. 추운 날씨에 따가운 귀를 보호하고자 챙긴 귀마개를 다시 챙겨주니 왠지 움직이는 사람은 뭣이 중한지 아는 듯하다.

현재 외국에 있는 동료 수사님의 아픈 어머니를 찾아달라는 어느 수사님의 연락을 받고 2020년 마지막 날 늦은 시간까지 움직였다. 2주 전 갑자기 기력이 떨어져 쓰러진 이후 지금까지 기운을 못 차리고 누워 계신 분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119를 불렀지만 절대로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바람에 구급대원들도 두 손 들고 돌아갔다고 한다.

어머니를 찾아뵙고 이렇게 저렇게 진찰해보았는데 상태가 좋지 않다. 원체 지병이 없고 건강하셔서 지금껏 버티는 듯 보이지만 어딘가 단단히 문제가 생기긴 했다. 잠시 병원에 입원해서 검사하고 치료를 받으면 좋겠는데, 입원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내 의견도 듣지 않고 검사까지 거부했다.

사실 어머니 의견도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 지금 시기에 병원으로 가면 코로나19 유사 환자 취급받으며 고생을 하기에 죽어도 가기 싫다고 하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지나며 식사는 충분히 하시게 되었다. 정신력이 강하신 건지 밥도 잘 먹으니 며칠 지나면 회복할 거라고 강력히 주장하신다.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며 약을 들고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 약은 꼭 드시라고 했더니 다행히 알겠다고 하셨다. 고집부리신 대로 꼭 쾌차하시길 바랄 뿐이다.

이분을 찾아봐달라고 부탁한 수사님께서 자신이 직접 약을 전달하겠다며 몰고 온 차에 올라 함께 병원으로 이동했다. 2019년 서울에 계실 때 만났던 이 수사님은 외국으로 파견을 명 받아 이를 준비하기 위해 부산에 내려가셨다고 했다. 수사님은 그때도 지금도 아픈 이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시는데, 연락할 곳이 없어서 나에게 연락했다며 미안해했다. 서울에 있는 다른 수사님이 와서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시니 그전에 알고 지내던 부산에 있는 수사님이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예전에 달동네 사실 때도 외국에 계신 수사님을 대신해서 제가 돌보곤 했어요. 지금은 다행히 임대아파트로 이사하셔서 주거 환경은 괜찮아졌죠.”

아픈 이를 만나러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이동에 제약이 생긴 건 사실이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우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아픈 이가 있다는데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음식도 누군가 만들고 가져다주는 이 없으면 굶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 곁의 활동지원사, 어르신 곁의 요양보호사, 음식을 전달하는 라이더,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택배노동자….

그런데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의 책 제목처럼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쿠팡 ‘로켓’은 배송을 하지 않는다. 그 모든 전달노동은 현재로선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움직이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킬지 골몰해야 한다. 노동하는 이들이 안온한 삶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은 익명의 도우미, ○○맨, 라이더 혹은 김군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가족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시국의 명령 속에도 역설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우리를 살아가도록 격려한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노동하는 이들을 지키자’이다.

▶홍종원: 찾아가는 의사. 남의 집을 제집 드나들듯이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꿈도 계획도 없다. 내 집도 남이 드나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방문을 허락하는 이들이 고맙고, 그 고마운 이들과 오랫동안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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