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은 용의 홈타운' 최정례 시인 별세

이기문 기자 2021. 1. 1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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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처럼 타고 있지만 무너지지 않는 시가 좋다"

최정례 시인(66)이 16일 암 투병 도중 별세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1995년 나이 마흔으로 첫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을 펴내며 늦깎이 시인으로 출발했다. 가난했던 시골에서의 유년 시절과 가족들이 체험한 죽음의 순간, 출산 경험 등 개인적인 기억을 시의 질료로 삼았다.

이후 ‘레바논 감정’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개천은 용의 홈타운’ ‘빛그물’ 등의 시집과 연구서 ‘백석 시어의 힘’ 등을 펴내며 현대문학상, 백석문학상, 미당문학상, 오장환문학상 등을 받았다.

암 투병 중이던 지난해 11월에 낸 일곱 번째 시집 ‘빛그물’이 생전 마지막 시집이 됐다. 일상의 다채로운 모습을 시의 언어로 길어올리며 산문시의 새로운 경지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당시 “존재의 배면에서 수줍게 숨어 있는 시가 좋다”고 말했다.

“발갛게 숯이 되어 타고 있지만 꼿꼿이 서서 무너지지 않는 시가 좋다. 문 없는 문 안에 있는 시를 쓰고 싶었다. 어떻게 들어갔을까 어디로 나갈 수 있을까, 근원을 질문하는 시, 마음과 육신이 만나는 교량 위에서 김수영의 시에서처럼 늙음과 젊음이 만나고, 미움을 사랑으로 포용하는 시를 쓰고 싶었다.”

시인은 투병중 했던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계획은 늘 ‘시를 잘 쓰자'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자' 이지요.”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다. 발인 18일 오전 6시20분. (02)2227-7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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