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원 10명 미만 소상공인·중소기업 일자리 34만개 사라졌다

이기훈 기자 2021. 1. 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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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 "고용 양극화 심화"

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가 20만명 넘게 줄어 세계통화기금(IMF) 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고용 쇼크가 나왔다. 그 피해는 고용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종사자 10인 미만 직장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 직원 수는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코로나 이후 고용 양극화가 심해지는 ‘K자형 경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기한이 없는 임시 휴업 안내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고용 쇼크,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쏠려

16일 본지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종사자 5인 미만 직장에서 일하는 취업자는 모두 979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995만7000만명)보다 약 15만8000명 급감한 것이다.

또 직원이 5~9명 있는 중소기업 취업자는 379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18만4000명 줄어들었다. 주로 소상공인 가게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취업자가 34만명 넘게 감소한 것이다. 직원 10인 미만 기업의 일자리 감소 규모(-34만2000개)는 지난해 전체 일자리 감소 규모(-21만9000개)보다 더 크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IMF 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쇼크가 닥쳤다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의 고용 취약 계층에게 나타난 것이다.

이와 달리 직원 수가 300명이 넘는 대기업에 다니는 취업자는 늘어났다. 지난해 대기업 종사자 수는 267만3000명으로 1년 전(259만4000명)보다 7만9000명 더 많았다. 종사자 10~29인(+3만4000명), 30~99인(+5만명) 기업 종사자 수도 소폭 늘어났다.

계약상 지위에 따라서도 코로나 쇼크가 ‘더 취약한 사람’ 위주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나타난다. 보통 공채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입사하며,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 근로자는 전년 대비 30만5000명 늘었다.

반면 계약 기간이 1개월~1년인 임시직, 하루 단위나 1개월 미만의 단기로 계약하는 일용직 근로자는 각각 31만3000명, 10만1000명씩 감소했다. 큰 기업에 다니는 상용직 근로자는 일자리를 지키고, 조그마한 기업에 다니거나 임시·일용직이면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수출 회복·내수 침체 양극화에 ‘K자형 회복’ 우려

이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수출·제조업보다는, 내수·서비스업 기업에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영향으로 대면 서비스업 매출이 급감하면서, 결국 이들 업종에 속한 직원 수도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업인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은 주로 생계형 소상공인들이 속한 업종이다. 작년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31만3000명 급감했다. 전년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숙박업소나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7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19만7000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K자형 경제 회복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K의 맨 왼쪽 첫 획(↓)은 코로나 초기에 모두가 급격한 침체의 충격을 겪은 것을 뜻한다. 이후 이어지는 오른쪽 상승 획(↗)은 ‘언택트’로 대표되는 IT 기업 등 대기업의 가파른 회복세를 뜻한다. 반면 오른쪽 아래의 하락 획(↘)은 내수 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걸 상징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이번 경제 위기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고용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이라면서 “코로나 쇼크로 소상공인 과밀 창업 업종인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 고용 상황도 비관적이다. 고용 지표는 경기에 후행적인데, 작년 11월부터 코로나 3차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15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3.3% 감소했다. 카드 승인액이 줄어든 건 코로나 1차 확산 시기인 지난 3~4월 이후 처음이다. 12월 작년 소비자 심리지수도 89.8포인트로, 한 달 전보다 8.1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소비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지난해 12월 수출은 514억1000만달러로 역대 12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돌파한 건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 부문과 중소기업 위주의 내수 부문간 양극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회복세가 확대됐으나, 코로나 3차 확산 및 거리두기 강화 영향으로 내수가 위축되고 고용 지표가 둔화되는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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