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제대로 망가졌습니다"

하은정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1. 1. 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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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차 배우 차인표, 영화 《차인표》로 '코믹'하게 복귀하다

(시사저널=하은정 대중문화 전문기자)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로 대한민국을 '차인표 신드롬'에 빠지게 했던 데뷔 28년 차 배우 차인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2021년 신박한 코미디 영화로 컴백했다. 이름하여 영화 《차인표》다.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실존하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물론 그의 과거와 현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신박한 기획이다.

사실 차인표 없이는 불가능한 기획이지만 배우 차인표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애초에 섭외를 단칼에 거절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는 "새롭고 실험적인 코미디 장르의 첫 실험 대상이 된다는 묘한 설렘과 스릴을 느꼈다"며 결국 4년이 흐른 뒤 섭외에 응했다. 오랜만에 언론과 마주하는 자리였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는 그는 편안해 보였고, 동시에 에너지가 느껴졌다.

ⓒ넷플릭스 제공

자신의 이름이 영화 제목인 작품이다.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이 영화는 코믹적인 요소와 함께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의 굴레에 대해 조명했어요. 한 달 동안 촬영했는데 그걸 감안하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한 차례 출연 제의를 거절한 이유는 뭔가.

"영화 《차인표》 속 차인표와 실제 차인표의 모습이 차이가 나서 굳이 현실의 차인표가 영화 속으로 들어가서 묘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4년이 흐르고 다시 제안을 받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일맥상통해요. (영화 속 차인표가) 정체된 차인표라 거절했는데, 4년이 흘렀음에도 실제 차인표 역시 정체돼 있었거든요. 변화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개선하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위기감을 느꼈고 결국 작품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차인표》라는 영화에서 차인표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있어 그런 게 아닐까요? 고착화된 이미지는 희화화할 수 있는 요소도 많이 포함되어 있잖아요. '분노의 양치질'도 있고…(웃음). 애초에 거절할 때 지나가는 말로 '저 말고 다른 배우로 해 보실 생각 없으세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감독님이 제가 아니면 차태현 같은 배우와 해 보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미지는 계산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어느 순간 '아, 사람들이 나에겐 이걸 기대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시점이 있어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면서 그 기대치에 맞는 이미지를 하나씩 쌓게 되고, 어느 날 돌아보면 나를 둘러싼 거대한 이미지가 생겨버린 거죠. 실제로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살았죠. 예를 들면 바른생활 사나이로 알려져 있으니 어딜 가나 나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영화 《차인표》에서 나온 '베드신 한 번 안 한 몸이야'라는 대사처럼, 실제로 배역을 고를 때도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택하며 스스로 통제했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살다 보니 그 이미지대로 살게 됐고, 그러다 보니 저의 이미지가 공고해졌죠."

이미지가 고착화됐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데뷔 이후 10년 동안 많은 작품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그다음엔 연기보다 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힐링캠프》 등 예능에 출연하며 지냈죠. 어느 순간 뒤돌아봤더니 나이는 40대 중반이고 복귀를 하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고착화된 이미지라는 게 작품 속 캐릭터도 있지만 봉사활동을 하고 연예인 부부로서의 모습이 자주 노출된 것도 한몫했을 거예요."

영화 《차인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젠틀맨'이라는 피로감이 있을 때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이 작품으로 극복하고자 했어요. 이 작품을 계속하라고 들이민 게 저희 매니저였거든요. 제가 싫어할 걸 알면서도 제작자를 만나보자고 매니저가 설득했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왜 그랬는지 알 거 같아요."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외출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땀 흘리며 운동을 하죠."

영화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차인표가 《차인표》에 출연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이건 틀려' '이건 내가 아니야'라고 간섭을 하면 그건 다큐멘터리지 결코 영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결국 감독이 창조하고 해석한 세상에서의 차인표라고 받아들였어요. 그게 어쩌면 대중이 생각하는 차인표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고요."

이번 영화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그동안 영화에 많이 출연하지 못했어요. 다만 이 영화가 제 필모그래피로 봤을 때, 분기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 전까지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많은 변수를 두고 고심한 끝에 선택했다면, 이후엔 조금 단순하게 다양한 배역을 선택하고 연기하고 싶어요. 그렇게 이 영화를 기점으로 배우 차인표가 달라졌으면 합니다."

오랜만에 영화 현장에 나와 보니 어땠나.

"무엇보다도 젊은 스태프와 일할 때 '손색이 없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어요. 현장에서 꼰대 같지 않고, 젊은 친구들을 존중하며, 같은 눈높이에서 일할 수 있는 동료이고 싶었어요. 사실 대부분이 저보다 어리죠. 하지만 존댓말을 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예의 있게 행동하는 것이 제가 이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생각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작은 부분도 존중하며 임했더니 자연스레 다들 존칭을 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전성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 데뷔 초창기가 제일 인기가 많았을 때라고 생각하겠죠? 한데 제가 생각하는 저의 전성기는 오늘입니다. 오늘 제가 행복하거든요. 그게 전성기죠."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치고 싶은지 궁금하다.

"코믹하고 재미있는 아저씨가 되고 싶어요(웃음). 이미 《차인표》를 통해 코믹한 부분을 강렬하게 보여줘서 당장 다른 이미지로 다가가긴 어려울 거 같고…. 그냥 '어, 이 사람 아는 사람인데 재미있는 아저씨네' '양치질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연기도 하네'라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이미지로 다가가길 바라요."

젊은 세대의 피드백 중 본인의 마음을 관통하는 피드백이 있다면.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보고 난 뒤에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젊은 남성의 리뷰를 읽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는 감상평이에요. 제가 연기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관객이 느껴주셨으니까요."

'분노의 양치질' 등 비슷한 모습들이 '짤'로 만들어졌다. 어땠나.

"항상 긍정적인 부분과 불편한 면이 공존하죠. 어쨌든 그러한 짤들은 제게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55세의 28년 차 배우 차인표는 그의 말처럼 지금이 전성기다. 영화 《차인표》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에겐 더할 나위 없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 그 용기에 격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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