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음란물 초등교사'..학부모 '분노의 청원'에 소속학교서 수업 배제 조치

이강진 2021. 1.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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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충격과 심려 끼쳐 깊은 유감"..학부모 등 1만3000명 청원에 답변
'하..교복ㅠㅠ' 제목으로 음란물 올린 교사에 '성폭력 재발방지 교육 의무 이수' 등 조치
'견책' 처분 그친 이유로는 "법률적 적용 미비점 존재..징계 처분에 한계" 해명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음란물과 교복을 입은 여성의 사진을 게시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려 논란이 된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교사를 소속 학교에서 수업 배제시키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시민청원 게시판에 초등학교 교사 A(29)씨에게 내려진 견책 처분과 관련 “시민 여러분들과 학생, 학부모님들께 크나큰 충격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 누구보다 사회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교사가 온라인 게시판에 음란물을 게시한 사안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A씨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처분에 분노한 시민들이 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에 대한 답변이다. ‘일베 교사 견책’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16일 올라온 청원에는 이날까지 총 1만3542명이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은 등록 이후 30일간 시민 1만명 이상 동의하면 교육청이 답변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법적 한계를 고려해 징계 처분에 더해 해당 교사에 대해 소속 학교로부터 수업 배제 조치를 하고, 성비위 관련 징계자에 준해 전문상담기관에서 성폭력 재발방지 교육을 의무 이수하도록 조치하겠다”면서 “해당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에 대해서는 성폭력 예방교육, 학교공동체 회복교육 등 학교에 필요한 지원을 최대한으로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 홈페이지 캡쳐
◆‘하...교복ㅠㅠ’ 이란 제목으로 음란물 올린 교사에 가장 낮은 징계 

이번 논란은 서울 시내 모 초등학교 교사인 A씨가 ‘하...교복ㅠㅠㅠㅠㅠ’이라는 제목으로 일베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9일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불거졌다.

앞서 A씨는 지난해 3월 일베에 접속해 한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음란 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교복을 입은 여성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은 A씨가 올린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의 음란물 유포 행위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를 적용해 ‘구약식 처분’했다. 

구약식 처분이란 검찰이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공판 절차 없이 벌금형 이하의 형을 내리는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으로, 통상 피의자의 혐의는 인정되나 벌금형 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형을 받을 것으로 판단될 때 청구한다. 

반면 재판부는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된 후 학생들로부터 겪게 된 스트레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A씨의 주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 실제로는 이 사건 범행의 성격을 더욱 위험하고 엄중하게 만든다”면서 “어린 여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음란영상물을 올림으로써 해소해야 할 스트레스의 성격에 대해 되짚어보게 하기 때문”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진=일간베스트 저장소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과 달리, 교육 당국은 재판이 끝나기 전 이미 A씨에게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이 세계일보 보도로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양민규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난달 17일 정례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중징계의 엄중한 처분을 내렸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견책’이라는 경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제 식구 감싸기식의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교육공무원 징계 절차와 보고 등의 전반적인 징계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도 성명을 통해 “미비한 규정과 경직된 관료주의 처리 절차에 따라 경징계 의결이 요구되었다고 하더라도, 경징계 중 최소 처분인 견책 조치에 그친 것은 어떠한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적어도 경징계 중 최대 처분인 감봉을 내렸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최근 5년간 정통망법상 음란물 유포 교원 8명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A씨와 같이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징계받은 교원은 총 8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도별로는 지난해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2019년 2명, 2016년과 2017년 각각 1명씩이었다. 징계 처분 결과는 견책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직 2명, 퇴직 1명, 감봉 1명, 불문경고(표창감경) 1명 순이었다.

지난해 세종시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감은 웹하드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파일을 다른 웹하드사이트에 탑재하는 방법으로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퇴직 처분을 받았고, 경기도의 한 공립중학교 교사는 임용 전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한 사진과 음성 등을 본인 인스타그램에 탑재했다는 사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인천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사는 인터넷 토렌트 사이트 접속으로 인한 다운로드 및 업로드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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