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부고◀ 본인상, 새해에도 떠나는 청년들

입력 2021. 1. 16. 10:54 수정 2021. 1.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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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요즘 저는 낯선 번호로 문자 메시지가 오는 게 참 두렵습니다. 첫 줄에 [부고 : 본인상]이 라는 문자를 무척이나 자주 받거든요. 지난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한 달 동안만 벌써 네 번이니 한 주에 한 번꼴로 받은 셈입니다. 며칠 전에도 문자를 받았습니다. 부고, 본인상,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이름이더군요. 아마도 업무 차 한두 번 뵌 분인가 보다. 또 한 분이 떠나셨구나, 새해벽두부터 세상을 떠나는 마음은 오죽했을까... 마음이 저릿했습니다. 그런데 카톡으로도 한 번 더 메시지가 오더군요.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툭- 풀리고야 말았습니다.

'아... 이 친구였구나. 이 친구가 떠난 거구나.'


기억 속 저편에서 끄집어낸 그와의 기억. 5년 전쯤 저에게 상담을 받겠다며 지방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올라온 청년이었습니다. 참으로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청년이었지요. 두어 시간의 상담이 끝난 후 그냥 보내기 못내 아쉬워 차를 마시며 한참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20대 끝 무렵의 제가 했던 생각들과 꼭 닮아있는 꿈을 가진 청년이더군요.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 나처럼 사실은 살고 싶으면서, 희망이 없으니까,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까 차선으로 죽음을 택하려는 또 다른 친구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라는 꿈 말입니다.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랬어." 서로 손뼉을 치면서 몇 번이나 서로의 꿈과 미래를 그려보았지요. 우울증과 자살 시도의 늪에서 다시 올라와 상담을 업으로 살게 된 재열님을 꼭 만나고 싶었다고. 저도 님처럼 그렇게 될 수 있느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던 청년이었습니다.

그 시간, 그때의 표정과 눈빛들이 참 오래도 남았습니다. 딱 한 번 본 그를 자주 떠올리지야 않았습니다만 때때로 문득 그가 떠오를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부디 정말 그가 자신의 우울을 뛰어넘어 언젠가 나보다 더 좋은 상담가가 되기를. 내가 설 자리가 없을 만큼 성장해주기를. 그 모든 순간이 떠오르면서 몇 시간을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 슬펐던 것은 이 눈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20명 이상의 청년들이 '부고 : 본인상'이라는 문자로 제게 마지막을 알려왔거든요. 사실은 매 순간 울기도 지칠 만큼 울었습니다. 어떤 청년은 힘차게 내디뎠던 가게가 폐업한 뒤에 너무 많은 빚에 허덕여서, 다른 청년은 2020년만큼은 반드시 취업하겠다던 결심이 수포가 되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코로나로 인해 오래 겪어왔던 정신장애를 더욱 치료받기가 어려워져서, 각기 다른 이름만큼 다른 이유로 삶의 벼랑 끝 어딘가에 서 있다가 자신을 내던졌습니다.

저는 몇 달 전, 이 인-잇 칼럼을 통해 20대 여성 자살 시도율의 증가가 '20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요지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곧 20대 남성, 30대 여성, 서서히 다른 연령과 성별로도 번져갈 '징후'일지 모른다고 서술했지요. 그러면서도 내심 아니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종식은 올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모두가 공감하는 지금.

'여름까지만 버티면 될 거야'라는 연초의 희망도, '이제 10여 명 대니까 곧 일상으로 돌아갈 거야' 초가을의 희망도, '2021년에는 잘 될 거야' 라는 연말의 희망까지도 무너져 버린 지금,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백신을 통해 코로나19는 서서히 잡혀 나갈지 몰라도 극단적 선택의 릴레이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걸요.

지금 당장의 아픔보다도, 이 통증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공포감이 짙게 배어버린 만큼,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지지기반이 약한 세대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이 현상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떠나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외면할 수 없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 보다, 의료진 보다도 절실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힘입니다. 코로나19는 서로 일상에서 멀어져야 안전하지만 마음은 서로 마주해야만 보듬어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듬어야 하냐고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제 글을 읽고 한 명이라도 떠오른다면 너무 늦은 밤이건, 오래 연락을 안 해서 어색한 사이이건 바로 메시지를 보내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어떻게 지내냐고. 당신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고요. 어쩌면 그에게는 정말 필요했던 한마디일지도 모르니까요.

이렇게 그저 누군가가 떠올랐을 때, 그 즉시 안부를 물어주는 것. 그 작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끝없는 동굴 속에서 그래도 살아가야 할 한 줄기 빛이 된다는 것. 그러니 우리 모두 서로를 위한 마음 돌봄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부디, 올해는 우리 모두가 몸은 멀어도 마음은 한 뼘 더 다가서는 한해가 되기를. 그래서 아무도 떠나지 않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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