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멍 들어 학교 못 가요" 그 아이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한겨레 2021. 1. 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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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희의 학교 공감일기][토요판] 김선희의 학교 공감일기
(22) 근본적인 아동보호
게티이미지뱅크 

“영서야, 오늘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왜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니?”

중학교 3학년 영서(가명)가 연락 없이 등교하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저 오늘 얼굴에 멍이 들어 학교에 갈 수가 없어요.” “저런… 어쩌다 멍이 든 거니?” “학원 숙제를 안 해서 엄마가 매를 들었는데 피하다가 하필 얼굴을 맞았어요.” “저런… 얼마나 아팠을까?” “많이 아픈 건 아니지만 너무나 화가 나요.” “그런 일이 자주 있었던 거야?” “숙제를 잘못하거나 수업에 빠지면 학원에서 연락이 와요. 그럴 때 매를 맞곤 해요. 제가 가만히 있으면 덜 맞는데 너무 아파서 피하거나 반항하면 아무데나 막 때려요. 어제는 엄마가 너무 흥분해서 겁에 질려 처음부터 피하다가 더 세게 맞았어요.” “저런… 더이상 엄마한테 맞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구나.” “네, 도와주세요.” “지금은 누구랑 있니?” “엄마는 일하러 나가고 동생은 학교 가서 저 혼자 있어요.” “친구들과 마주치지 않게 해줄 테니 학교 상담실에서 만날 수 있을까?” “네.”

아이가 등교하는 동안 아동학대 관련 매뉴얼에 따라 보고하고, 전문 상담교사와 의논했다. 아이와의 상담을 통해 지속적인 체벌로 사춘기 아이와 어머니의 관계 불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교의 지시로 전문 상담교사와 함께 가정방문으로 어머니를 만났다.

영서 아버지는 암으로 고생하다가 몇년 전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투병으로 가계가 어려운데다 돈벌이를 해본 일이 없어 생계가 막막해진 어머니는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이를 이웃에 사는 시숙 내외에게 맡기고 24시간 운영하는 지방의 어느 식당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조리를 배웠다. 잠 한숨 편히 못 자고 고생해서 번 돈을 아끼고 아껴 3년 만에 아이들 곁으로 돌아와 작은 식당을 차렸다. 작지만 손맛이 좋은 어머니의 가게는 2~3년 만에 자리를 잡아 수입이 꽤 안정적이었다.

몇년간의 막막하고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배우지 못하면 서럽고 힘든 이 사회에서 아이들을 잘 기르고 싶었다. 그러나 몇년의 육아 공백을 거친 아이들과의 관계는 무척 어려웠다. 특히, 친척집에서 서러운 사춘기를 보낸 영서의 반항 어린 태도에 ‘다 큰 애가 엄마의 고생을 그리도 몰라주나’ 싶어 화부터 치밀곤 했다.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 엄마처럼 고생하지 않게 해주려고 학원비를 아끼지 않고 뒷바라지해주는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니 자꾸만 매를 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종아리 몇대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수위가 높아져 온몸에 멍이 들도록 때리는 일도 종종 생겼다. 어머니의 눈물과 한숨 어린 하소연을 다 듣고 나서 육아 상담 지원을 약속하며 아동복지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두어달이 지난 뒤 어느 날 아이가 다시 학교에 오지 않았다. 전화 연락도 안 됐다. 영서와 가장 친한 다른 반 아이, 소영이를 찾아갔다.

“선생님, 영서가 다시는 학교에 오지 않겠대요.” “왜지?” “선생님이 신고해서 경찰이 걔네 엄마를 잡아갔대요.” “내가 신고했다고 말하던?” “영서 엄마가 한번 더 매 맞은 사실을 학교에 알리면 엄마는 감옥에 가게 된다고 했었대요. 어젯밤에 영서가 맞고 있었는데 경찰이 와서 조사한다고 엄마를 데려갔대요. 영서는 큰아버지 집에 있을 때 구박과 매질로 서럽고 힘들었대요. 더 많이 맞더라도 엄마하고 살고 싶대요.”

어머니를 만난 이후 나는 아이와 자주 상담했고 매뉴얼에 따라 전문가의 추후관리와 부모 교육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계속된 체벌을 인지하지 못했다. 과연 보호자의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신고 의무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답일까?

코로나19의 고립 상황이 지속되면서 위기 가정의 아동 보호가 시급하다. 특히, 학벌에 의한 소득 격차로 교육 불안이 높은 우리 사회에서 온통 부모에게 쏠린 무거운 양육의 책임으로 정신적 위기를 겪는 부모가 적지 않다.

‘혹시 부모도 이 사회의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건 아닐까?’ 좀 더 폭넓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부모 이상으로 자신을 끝까지 책임져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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