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5000평 일구는 젊은 농부들..청년과 농촌을 잇다

오현지 기자 2021. 1.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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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꿈꾼 청년들의 공동체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청년과 제주 농촌을 잇는 가교 역할 '톡톡'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이성빈 대표이사가 글제문 캠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2021.1.16 /뉴스1©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농사를 지어 저희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농촌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습니다."

제주 최남단 시골마을 대정읍에는 젊은 청년 농부들이 모여 사는 소담한 공간이 있다.

이곳은 지난 2016년 '농사를 지으며 살고싶다'는 꿈을 가지고 제주에 온 청년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이하 글제문)’의 캠프다.

농사에 대한 열정과 패기로 제주에 뿌리를 내린 이들은 5000평에서 농사를 짓는 어엿한 농부로, 농촌과 청년을 잇는 든든한 가교로 성장했다.

◇ '맨땅 헤딩'에서 5000평 일구는 농부로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제공)2021.1.16 /뉴스1© News1

캠프에서 만난 이성빈 대표이사(38)는 20~30대 청년 다섯명이 모여 만든 글제문의 시작을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떠올렸다.

시골마을 어른들에게 갑자기 농사를 짓겠다며 찾아온 육지 청년들이 달가울리 없었다.

조합원들은 좌절하지 않고 마을회관에서 숙식하고 어른들을 쫓아다니며 어깨 너머로 농사일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그렇게 6개월을 부대끼며 진심을 내보이자 마을 어른들의 마음도 서서히 열렸고, 상모리 이장이 이들에게 송악산 아래 자리잡은 농산물 직판장 '알뜨르 농부시장' 운영을 맡겼다.

마을에서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에 더해진 젊은 청년들의 열정과 진정성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고, 톡톡 튀는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농촌에서의 첫 발을 뗀 글제문 조합원들은 5년이 지난 지금 5000평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어엿한 농부로 성장했다. 5명이었던 조합원도 15명으로 늘었다.

연로한 마을 어른들이 믿고 맡겨준 덕분에 조합원들은 꽤 많은 밭을 임대해 감귤, 비트, 콜라비, 단호박, 감자 등 다양한 농작물을 정성스레 생산해내고 있다.

◇ 워킹홀리데이부터 학교까지…농촌에 젊음으로 활기를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제공)2021.1.16/뉴스1© News1

글제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의 청년과 농촌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글제문은 현재 ‘한국형 제주 워킹 홀리데이’라는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외국인과 육지 청년들이 한 달간 글제문 캠프에 머물며 농가 일손을 돕고, 제주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하는 이 프로그램에 다녀간 사람들만 수천명에 이른다.

지금은 코로나 확산세에 잠시 주춤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캠프가 항상 꽉 찰 만큼 호응도가 높았다.

이 이사는 "일손이 필요한 어른들에게 청년들을 보내드리고, 이 친구들은 거기서 용돈을 벌어와 제주에서 여행하며 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농촌과 청년들이 상생할 수 있는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열정과 패기만 가지고 제주에 와 단단히 뿌리를 내린 이들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농촌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겠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우선 성공적으로 정착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키워볼 생각이다.

이 이사는 "코로나가 종식된 후 전 세계의 청년들이 한국, 제주에 와 농촌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주에 워킹홀리데이협회를 만들어 공신력 있게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 내로 청년농업인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학교를 제주에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도 전국의 여러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어 청년농을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지만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키워보겠다는 포부다.

이 이사는 "지금도 청년농을 육성하는 기관이 있지만 청년들이 운영하는 학교는 전무하다"며 "홀로 자생한 저희들의 노하우와 전문가들이 모여 학교를 만들게 되면 더 많은 청년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글제문의 행보는 농촌에 젊음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이사는 "처음 제주에 올 때만 해도 큰 구상 없이 막연했지만 지금은 꿈을 크고 높게 꾸고있다"며 "저희끼리 잘 먹고 잘 살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농어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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