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공공 정비사업'..빌라값도 '넘사벽' 되나[집슐랭]
사실 공공정비사업을 정부가 발표 했을 때 시장에서는 가상의 허수라는 점을 지적했다. 공공임대 기부채납을 전제로 한 공공개발로는 민간의 참여를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이번 공공 정비사업 계획에서도 이 같은 점이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공공이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민간 부문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사업 진행 과정에서 빌라 가격만 들쑤실 여지도 다분하다. 사업은 장기화 되고 이 과정에서 빌라 값만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8곳은 모두 역세권에 자리한 기존 정비구역인데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갈등 등으로 사업이 10년 이상 정체됐었다. 영등포구 양평 13구역의 경우 지난 2010년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인가를 마쳤는데 미분양 우려 등으로 사업이 멈췄고 이후 주민 갈등이 발생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강북구 강북 5구역 역시 상가 소유주들이 재개발에 반대해 주민 동의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등 사업이 장기간 표류 상태다.
이들 지역의 조합원 다수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노후 주거지 등 낙후된 지역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주민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강북 5구역은 노후 주택과 상가가 혼재돼 있는데 상가 소유주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이들은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가치보다 현재 임대료 수입이 더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한 상가 보유자는 “그간 상가 소유주들이 반대해 전체 동의율이 30~40%에 그쳤다”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발에 찬성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해당 구역의 신축 빌라 소유자들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아울러 이번 공공 재개발 후보지를 보면 다 소규모다. 사업 후 건립 규모가 1,000가구를 넘는 것은 흑석 2구역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이번에 공개된 사업지를 보면 대부분 200~300가구의 소규모 단지나 부지 규모가 작은 재개발 구역”이라며 “흑석 2구역을 제외하면 정비 사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곳”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공공 재개발이 정비 사업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사업도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미 이들 공공 재개발 지역의 경우 빌라 등 노후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시 된다. 실제로 흑석 2, 양평13, 양평14, 용두1-6, 신문로 2-12 등 이번 시범사업 후보지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매물이 없거나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구역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이미 공공재개발 기대감이 나오면서 진작부터 매물이 들어가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공공재개발 후보 신청을 해 놓은 신규 지역들도 빌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전세난으로 빌라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공공 발 공급 확대 정책을 수립할 때 이 부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참여하는 공공정비통합지원센터는 15일 공공 재건축 사전 컨설팅에 참여한 7개 단지에 대한 사전 컨설팅 분석을 마치고 그 결과를 조합 등에 회신한다고 밝혔다. 신반포19차, 망우1구역, 신길13구역, 미성 건영, 강변 강서, 중곡 아파트 등 총 7개 단지가 신청했다. 대치 은마와 잠실주공 5단지 등은 참여를 철회했다.
사전 컨설팅 결과 7개 단지 모두 종 상향이 허용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공공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공급 가능한 가구 수가 평균 58% 늘고 조합원 분담금은 평균 37% 감소하는 등 사업성 개선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컨설팅에 참여하지 않은 강남권 단지들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참여를 검토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정복문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공공 재건축 반대 분위기가 여전히 크다”며 “민간 재건축 사업에 용적률만 높여줘도 주택 공급이 늘어날 텐데 굳이 공공으로만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가구 수를 늘리면 기존 소유주들의 대지 지분이 크게 줄어든다”며 “용적률이 높을수록 빼앗기는 것이 많은데 누가 찬성하겠느냐”고 말했다. 사전 컨설팅에 참여한 단지들도 수백 가구 규모의 소형 위주여서 정부가 기대한 공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전 컨설팅에 강남권 단지 중 유일하게 참여한 서초구 신반포19차 또한 본 사업 참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강동효·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인이 갈비뼈에서 발견된 7군데 골절은…' 사인 재감정한 법의학자의 한마디
- 美 소고기, 수입 소고기 중 압도적 1위…호주산과 격차 벌어졌다
- 또 ‘핀셋 조정’…헬스장 문 열고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는 유지
- [잇써보니]삼성이 던진 보랏빛 승부수…'갤S21, 괜찮은데?'
- '급한데 화장실좀' 옆집 두들긴 이방카 경호원들…사저 화장실 못쓰게해
- 봉준호 감독,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장 맡는다
- 20대도 클릭 한 번이면 손쉽게 구매…마약사범 2년 새 50% 늘었다
- '성추행 여배우 2차 가해' 배우 조덕제 징역 1년…법정구속
- 코로나19로 얻은 자연면역 vs. 백신 면역, 누가 셀까?
- 녹색으로 물든 강원도 영월 쌍용천,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