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인텔·TSMC, 주가도 '훨훨'..글로벌 반도체戰 점입가경
증시도 즉각 반응..AMD는 CES2021에서 '라이벌' 인텔 저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올해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예고된 가운데 연초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각 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회사인 미국 인텔과 대만 TSMC가 발빠른 경영 변화 움직임을 보이자 주식시장이 곧바로 반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16일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작년 4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 매출을 올렸다.
TSMC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동기 3615억 대만 달러(약 1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14%, 1.4% 각각 증가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한 1427억7000만 대만 달러였으며, 순이익률은 54%에 달했다. TSMC는 올해 차세대 초미세 공정인 3나노 제품을 시험 생산하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TSMC는 실적 발표 직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 금액을 최소 250억 달러(약 27조5000억원), 최대 280억 달러(약 30조8000억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72억 달러(약 18조90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시장 전망을 웃돈 실적과 투자 발표 이후 TSMC 주가는 급등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TSMC는 같은 날 6.06% 급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최고 13%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경영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인텔은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겠다고 전 세계에 알렸다.
인텔 측은 “오는 2월 15일자로 밥 스완 CEO가 물러나고 팻 겔싱어 VM웨어 CEO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정식 임명된 스완 CEO는 1년여 만에 경질됐다.
새 CEO인 겔싱어로서는 18세 때 인텔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이후 30여년 간 근무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까지 올랐다가 2009년 다른 회사로 옮긴 바 있다.
이와 관련 오마 이쉬라크 인텔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지금이 리더십을 바꿀 적절한 시기라고 결정했다”며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겔싱어의 기술과 엔지니어링 전문지식에 의존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겔싱어 신임 CEO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텔에서의 경험이 내 전체 커리어를 형성했고 이 회사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면서 “모든 것의 디지털화 속도가빨라지는 중대한 혁신의 시기에 CEO 역할로 ‘집’에 돌아온 것은 최고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인텔 주가는 장중 최대 13%까지 올랐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교체는 인텔이 미 최대 반도체 회사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인텔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경쟁자인 엔비디아에 추월당하고, 과거 큰 격차로 앞섰던 AMD에도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첨단 반도체 경쟁에서도 삼성전자와 TSMC에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는 작년 말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인텔에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인텔의 경쟁사인 AMD의 리사 수 CEO가 ‘CES2021’ 기조연설에서 인텔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슈트 차림으로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그동안 수 CEO는 공식 석상에서는 주로 AMD를 상징하는 빨간 색 또는 어두운 색상 옷을 입었다. 이를 두고 “인텔과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외신의 분석이 이어졌다.
수 CEO는 자사의 라이젠 5000 시리즈와 관련 “라이젠 7 5800U가 인텔 코어 i7-1185G7보다 PC 마크 생산성은 18%, 어도비 프리미어 비디오 인코딩은 44%, PC마크 앱은 7%, 블랜더 3D 레이 트레이싱은 39% 높다”면서 인텔 제품과의 성능 차이를 수치로 제시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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