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과 탐험사이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홍콩 구룡반도 랜선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쇼핑몰과 디자인 센터의 중간 지점에 있던 K11이 추구해오던 사람, 자연, 디자인을 보다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K11 MUSEA (뮤제아)는 전 세계의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 환경 운동가 등 100여명이 참여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건물 외벽을 둘러싼 식물, 내부 곳곳의 식물 그리고 루프탑의 작은 농장들로 구현된 지속 가능한 미래, 즉 사람과 자연을 생각한 공간에 예술과 문화를 더하고 20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 샵들이 입점해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오페라 씨어터’라 불리는 35미터 높이의 아트리움.
천장의 원형 창을 통한 자연광과 1,800개의 전구들에 둘러싸인 골드 볼 그리고 현지 장인들과 ‘LAAB’의 건축가들이 손으로 그린 거대한 유화 패널이 어우러져 마치 대성당이나 은하계에 발을 내디딘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곳은 홍콩의 새로운 인스타그래머블 스팟으로 각광받고 있다.
건물들이 그늘을 드리울 즈음 시작해서 해가 지면 상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는 야시장은 홍콩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들어간 듯 하다. 근처 틴하우 사원이 있어 이름 붙여진 템플 야시장은 침사추이에 위치한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홍콩의 10대 명소 중 하나로 늦은 오후가 되면 상인들 뿐 아니라 경극 배우들과 점술가들도 모인다. 축제와 극장이 가미된 중국 시장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며 매일 밤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지고 작은 장신구류부터 다기, 전자기기, 시계, 남성 의류, 골동품 등을 구경하며 길거리 음식도 즐길 수 있다. 틴하우 사원쪽에서 시작하는 야시장의 초입에 자리잡은 점집에서 나무 새장 속 작은 새가 손님들의 미래를 점쳐주고 길거리 노래방의 손님들이 야시장에 대한 흥을 돋우어 준다. 1km 남짓 다소 투박하지만 다양하고 활력이 넘치는 홍콩의 할렘이 당신을 기다린다.
침사추이 옛 신세계 센터의 자리에 위치한 로즈우드는 홍콩 럭셔리 호텔의 지각 변동뿐만 아니라, 홍콩의 근대화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역사적 유산의 진화를 의미한다. 동서양 문화를 품은 호텔 곳곳의 예술 작품과 홍콩 도심과 하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뷰 그리고 세심한 고객 중심 서비스가 조화를 이루어 비즈니스와 금융 중심에서 진정한 글로벌 문화 수도로 발전하고 있는 홍콩을 가장 잘 표현한다. 더불어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호텔과 가까운 거리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는 채소들을 사용, 탄소 발자국을 줄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호텔 업계의 정석을 보여준다. 스피크이지 컨셉의 다크 사이드 (Dark Side)는 라이브 재즈와 함께 숙성된 증류주들과 세련된 칵테일들을 선보이고 홍콩의 전통 차찬텡(Cha Chaan Teng) 식문화를 세련되게 표현한 홀트 카페 (Holt’s Café)는 옻칠된 나무벽 인테리어로 홍콩의 전통적 이미지를 구현한 공간에 유럽의 커다란 카페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가구들을 채워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홍콩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용한 맨하탄의 새벽, 티파니 매장 앞에 노란 택시에서 내린 오드리 헵번이 마치 파티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모습에 크로와상과 커피를 먹으며 티파니의 진열장 너머 보석에 빠진 장면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프닝이자 잊지못할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17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성들의 마음을 훔쳐온 티파니가 뉴욕 5번가에 처음 선보여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온 티파니 블루 박스 카페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과 더불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홍콩에 자리잡았다. 직사각형의 투명, 티파니 블루 컬러의 스테인 글라스 조각들이 실버 프레임으로 짜인 인테리어는 ‘티파니’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오드리 헵번이 매장 밖에서 먹던 크로아상 같은 클래식 메뉴와 브런치, 티파니 블루 박스 모양이 올라간 시그니처 블루 박스 토스트, 티파니 애프터눈 티 그리고 신선한 제철 식재료에 독창성을 담은 식사 메뉴까지. 모든 메뉴들은 티파니 블루 컬러 차이나에 실버 식기류와 함께 서빙된다.
어둠이 내리는 저녁 무렵, 셔터가 닫힌 상점들 앞으로 노천 식당, 다이 파이 동 (Dai Pai Dong, 大排檔)의 하루가 시작된다. 화려한 네온 사인들 아래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광둥어 사이에서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하고 맛있는 음식에 몸이 즐거워진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들어선 다이 파이 동은 홍콩의 독특한 문화를 구현하는 문화 유산으로 2016년 3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바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28개의 다이 파이 동이 운영되는데 그 중 반절인 14개가 삼수이포에 위치한다. 그 중 하나로 1956년부터 영업을 시작하여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다이 파이 동 중 하나이자 홍콩 5대 다이 파이 동으로 꼽히는 오이만상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 셰프가 음미했던 식당이기도 하다. 마늘 플레이크를 듬뿍 넣은 게 볶음과 쇠고기 간장 볶음 등, 홍콩달러 $60~$130(1만~2만원 내외) 정도면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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