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박원순 성추행 의혹' 재수사 할까..포렌식 여부 주목

서혜림 기자 2021. 1. 16.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체적 진실 밝혀야'vs'관행상 피의자 사망시 재수사 안해'
북부지검처럼 무혐의라도 보고서 통해 정황 공개 가능성도
© News1 DB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법원이 동료를 성폭행한 전 서울시 비서실 직원 정모씨에게 14일 실형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씨 사건의 피해자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도 성추행을 받은 사실을 이날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우선 판사가 피해자와 피고인이 아닌 제3 인물의 죄의 유무를 상세히 밝힌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5개월 이상 수사하고도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피해자의 증언과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전 시장의 혐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수사기관에 의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이날 핵심 의혹인 성추행을 인정한 것은 피해자가 객관적 사실로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정모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동료 직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면서 박 전 시장이 야한 문자와 속옷 사진, '냄새를 맡고 싶다' '몸매 좋다' 같은 문자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 측이 이제껏 주장한 것을 국가기관이 처음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인정함으로써 검찰의 추후 수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북부지검이 지난해 12월 30일 수사기관, 청와대,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한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 관련 고발사건에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6페이지나 되는 공보자료를 내 피소사실이 유출된 경위를 설명한 적이 있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재 검찰에는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12월 29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강제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고소 건과 서울시 비서실장 등의 추행방조 고발 건 그리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피해자 2차 가해 사건 등이 넘어와 있다.

게다가 검찰은 1987년 수지김 피살사건 당시 수지김씨를 간첩으로 몰아 사실을 숨기고 내사를 종결하고도 공소시효가 지난 2000년 수사를 재개해 진범을 찾은 적이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에 따르면 현재 검찰에 송치된 수사자료에는 14일 재판부가 참고한 피해자의 상담기록 등 의료기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록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피해자의 증언이 다수 담겨있다. 다만 성추행 의혹 등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전화의 포렌식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직원들의 묵인 및 방조 혐의를 밝히겠다며 포렌식을 요청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됐었다. 그러나 그때는 성추행 의혹 관련 포렌식 요청이 아니었기 때문에 검찰이 성추행 의혹을 밝히는데 필요하다며 포렌식을 요청할 수도 있다.

김성훈 로고스 변호사는 "피의자가 숨졌기 때문에 검찰이 법적 처분을 달리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진실을 확인해 그 결과를 밝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2차 가해 등 고발사건을 판단할 때도 허위성 판단의 증거로 성추행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된 사건의 재수사가 검찰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수사에 새로 착수하지 않는 관행도 그렇지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도 부담이다.

한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된 사건을 재수사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된 다른 피해자들도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재수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지만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서 검찰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재수사 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피해자 측은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는듯 하다. 피해자를 변호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처벌은 어렵더라도 포렌식을 통해 사실 규명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uhhyerim77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