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 골프소설-1] 골프의 기원을 찾아

입력 2021. 1. 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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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디오픈이 열린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8번 홀 앞에 선 필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스코틀랜드를 찾은 나의 목적은 6백 년전 목동들이 골프를 쳤던 초원과 구릉을 직접 밟으면서 골프의 발자취를 더듬기 위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들러야 하는 곳은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였다.

북해의 바람을 맞으며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골프코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마침 지난 2015년 144회 디오픈이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기간이어서 최고로 권위 있는 메이저 대회를 관람할 수 있는 행운도 있다. 올드코스 1번 홀 옆에 위치한 R&A 건물을 지나 뒤편 바닷가로 자리잡은 브리티시골프박물관을 구석구석 봐야함은 당연지사다.

물론 엔젤라 박물관장과의 인터뷰도 예정되어 있다. 1킬러미터 정도 떨어진, 골프의 조상들이 묻혀있는 세인트 앤드루스 공동묘지의 비석에는 어떤 묘비명이 새겨져 있을까도 관심이 안갈 수 없다.

골프와 떨어질 수 없는 인물인 프리메이슨의 수장이자 로슬린 성의 성주였던 싱클레어, 그가 지키고 있는 로슬린 성당도 물론 가야한다. 인류 최초의 여성 골퍼로 기록돼 있는 메리여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골프 때문에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여왕을 만나기 위해 에딘버러 시내의 홀리루드 성도 방문해야한다.

그렇게 스코틀랜드에서 일정을 마치고 북해의 해안선을 따라 나있는 기차를 타고 8시간 여정의 런던으로 가야한다. 템플기사단과 프리메이슨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런던시내에 위치한 템플교회를 찾을 것이다. 13일의 금요일 사건이후 스코틀랜드 로슬린 성으로 은둔한 템플기사단, 그 후예인 프리메이슨과의 연관이 지어질만한 단서는 과연 템플사원에 존재할까.

또 한 곳. 한 시대에 공존했던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과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여왕, 고모와 조카사이면서도 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두 여왕. 하지만 죽어서는 사원 양쪽에 나란히 누워 사후에 공존하고 있는 그 들을 만나기 위해 웨스트민스터사원을 가야한다.

런던에서 13킬로미터 서남쪽에 위치한 성당도 가야할 곳이다. 14세기에 새겨넣었다는 동쪽창문의 골프치는 스테인드글래스를 눈으로 확인해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골프의 본고장 영국에서의 리서치가 끝날 터이다.

가야할 여정이 결코 영국일 수만은 없다. 골프의 또 다른 원조라 주장하는 홀란드, 즉 네덜런드를 찾지 않을 수는 없다. 비록 수백년 전 골프의 발자취나 증거를 찾기에는 힘들지 몰라도 가봐야 할 의무감은 생긴다. 그것이 진정 발로 뛰어서 만들어지는 사실에 입각한 자료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암스테르담의 바닷가 항구에서 서쪽의 북해를 바라보며 16세기 상인들이 골프공과 골프채를 들고 에딘버러로 가곤했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암스테르담 교외에 위치한 라익스국립박물관도 찾아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자그마한 골프의 발자취라도 찾아야 한다.

이제 발걸음은 미국이다. 뉴저지에 위치한 미국골프박물관으로 가서 어떻게 골프가 신대륙으로 이동을 했으며 왜 골프는 붐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가의 증거를 찾아봐야한다. 골프의 전설 보비 존스의 기념관, 골프의 왕 아놀드 파머, 현대 스윙의 아버지 벤 호건, 그리고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의 기념관 등에는 그들이 평소 사용했던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오래된 골프장 중 하나인 시네콕 힐스도 찾아야 하고 기회가 되면 역시 최고로 오래된 시카고골프장도 가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찾아갈 곳은 플로리다에 세워진 골프 명예의 전당이다. 그 곳에서 6백년 넘게 골프의 계보를 이어온 수많은 인물들을 둘러봐야한다. 그렇게 되면 골프 6백 년 역사의 발자취를 찾는 여정이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놀이 중에서도 골프만큼 인간의 마음을 오묘하게 움직이는 것은 없다. 오늘날 골프가 전파되지 않은 나라는 미개한 원주민들이 사는 곳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골프는 인류의 역사화 맥을 함께 하며 문명세계에 파고들었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기 훨씬 이전부터 골프는 인간의 무의식 중에 잠재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사시대 동굴 속에서 석기시대 인간이 동물의 뼈를 들고 있다가 뭔가를 후려치고 싶었을 것이고, 그 옆에 돌맹이라도 놓여있었다면 더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최초의 골프 스윙이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지나치다 맹수를 만났을 때, 급한대로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꺾어 후려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생존의 법칙으로 스윙을 했을 수도 있다. 진화론 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본능 속에는 뭔가 휘둘러야 하는 유전자가 내포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골프는 발명된 게 아니고, 발전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혹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서부터 탄생되어진 것일 수도 있다. 골프를 시작하는데 나이가 문제될 순 없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골프는 아무 때나 시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시작하게 되면 끝이라는 단어도 없다. 스윙에 대한 본능과 욕구는 생을 다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 앤 센서 <골프의 역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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