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진정성 사회 가속화.. 개인도 기업도 룰 지켜야 생존한다" 송길영

김지수 문화전문기자 2021. 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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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의무 커져... 직업은 생존 아닌 소명으로"
"브랜딩 사회… 모두 ‘자기다움’의 증거 요구받아"
"시간 주권, 개인에게… 나만의 롤 만들고, 룰 지켜야"
"팬덤 더 중요… 소비자는 파트너이자 공동창작자"
"옛사람 보내야 새사람 와… 묵은 짐, 관행 버리라"

바이브컴퍼니 송길영 부사장. 빅데이터 전문가로 매년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데이터 언어를 길어올리고 있다./사진=장련성 기자

2021년 1월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 기세가 거세져 몸을 낮춰 숨죽이듯 새해를 맞았다. ‘방콕'으로 인류의 동선은 짧아졌으나, 데이터 가속도로 세상의 변화 속도는 눈 돌아갈 정도로 빨라졌다. 1월이 가기 전에 대중 언어가 탁월한 빅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박사와 ‘디지털 토정비결’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새해가 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2020년을 겪은 2021년의 인류는 확연히 다르다.

말하자면 우리는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을 삼켰다. 진실을 알면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재택근무로 시간의 주인이 된 순간, 인생을 바라보는 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딛고 섰던 ‘가치관의 액상화'가 시작된 지금, 변화의 이치를 알고, 변하지 않는 근본을 챙겨야 넘어지지 않는다.

송길영은 바이브 컴퍼니(구 다음 소프트)의 부사장으로, 매월 1억 2천만 건의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기업을 컨설팅 한다. 그는 20년째 디지털 발자취(동영상과 이미지, SNS 뉴스피드와 커뮤니티 댓글까지)를 추적해서 페타급 빅데이터를 분석해 왔다.

수년간 인과의 흐름 속에서 그가 올해 길어 올린 키워드는 3가지다. ‘과학적 사고, 업의 진정성, 성숙한 공존'.

‘인간화된' 데이터는 인간 행동의 거짓과 허위를 가차없이 까발리며, 느슨하게 살던 사람들에게 ‘진정성이라는 의무'를 던졌다. 진정성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제 목표를 이야기할 때도 권력이나 성공이라는 단어보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쓴다.

업의 진정성에서 시작된 진정성은 최근 일상의 진정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차별에 격분하고 차이에 열광하는 다양성의 상자도 크게 열렸다. 다양성과 진정성의 키를 쥐고 소비자를 파트너로 만드는 그룹이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송길영은 단언했다. 공동창작과 리스크 방어의 전선에서 팬덤과 ‘덕후’는 더욱 중요해졌다.

‘디지털 래퍼’의 공연을 보듯, 속사포 같은 언어가 1월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축포처럼 터졌다.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은 빈틈없이 단정했고, 뿔테 안경 속의 눈은 더욱 먼 곳을 내다보고 있었다.

데이터 투명 사회가 되면서 모든 게 기승전 ‘진정성’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장련성 기자’

-요즘은 토정비결보다 올해 트렌드를 먼저 찾습니다. 갈수록 시대 변화에 민감해져요.

"네. 하지만 트렌드는 현상만 좇으면 허기지고 목마릅니다. 단 거 많이 먹으면 조갈나는 것과 같아요. 뭐가 유행하는지만 보면 끝도 없어요. 큰 줄기를 보면서 왜 이런 현상들이 생기는지 유추해야 합니다."

-사실 올해는 모든 것이 멈추고 디지털시계만 빠르게 돌아갔어요. 2020년을 제대로 살지도 못했는데, 전문가들은 우리가 이미 2025년에 와있다고들 하죠. 새해를 맞았지만 이런 시차 때문에 더욱더 어지럽습니다. 송 박사가 느끼기엔 어떤가요?

"(미소지으며)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새해가 왔다고 삶이 바뀌지 않습니다. 2021년이 왔다고 확 바뀌는 건 없어요. 다만 ‘코로나’라는 전 지구적 공통 경험이 2021년을 살아갈 새로운 합의를 끌어냈어요. 인류역사상 이런 공통의 경험은 없었어요. 세계 대전만 해도 후방이 있었고 비참여국가가 있었죠. 지금은 전 지구인이 최전선에서 일상의 전쟁을 치렀어요."

-인류는 어떤 ‘새로운 합의’를 했습니까?

"첫째는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 사고, 둘째는 업의 진정성, 셋째는 성숙한 공존입니다. 중세 흑사병 이후로 가톨릭의 권위가 의심받고 인본주의 시대가 시작됐잖아요. 코로나 이후 기존의 권위가 의심받으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판단의 시대가 열렸어요."

-시작은 역시 데이터인가요?

"그렇죠. 각 국가는 곧 지난 1년간 코로나에 어떻게 대응했나, 성적표를 받을 거예요. 검역 강화, 교역 중지, 록다운 등 대응이 다 달랐죠. 마스크 분배는 대만이, 드라이브스루는 한국이, 백신과 R&D는 미국과 영국이 앞섰어요. 전 지구적 검증 프로세스가 돌아가겠죠.

적정 시기에 백서가 나오면 인류는 국가별로 좋은 걸 취할 거예요. 전통과 관행은 사라지고 증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가속화될 겁니다. 과학적 의사결정이 생활화되면 반사적으로 다음 질문이 터집니다.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있나?"

-개인의 최선조차 데이터로 투명화되니까요.

"맞습니다. 한 해 동안 재택 하면서 우리는 다른 세상을 봤어요. 직원들 채근만 하던 관리자는 당황합니다. 진짜 내 일이 뭐지? 내 일이 필요한 일이었던가? 사회와 조직에 보탬이 되는 일이었나? 내 일의 근본이 무엇인가?

과거에 직업의 의미는 효율적인 분업이었어요. 누군가는 쟁기를 만들면, 누군가는 빵을 굽는 식이죠. 지금 직업의 이슈는 소명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소명이 요구돼요. 이젠 서로 강하게 묻고 있어요. 저널리스트는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하고 있나? 공무원은 공동체에 헌신을 다하고 있나?"

-업의 근본을 파고들어 가는군요.

""너는 회사에서 뭐 해?" "그냥 근무." 이런 대답으로는 만족이 안 된다는 거죠. 그동안 공무원도 가성비 좋은 직업으로만 여겼잖아요. 그런데 그 안정성은 공동체를 위해 힘들게 일한 결과로 사회가 주는 보상이었거든요. 그 업의 진실에 가닿도록 공동체가 질책하고 감시해요. 각자 그리고 서로 치열하게 묻습니다. 나는 뭘 하고 있지? 너는 뭘 하고 있지? 왜 하고 있지?"

마인즈 마이너(Minds miner)./사진=장련성 기자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진정성은 자기다움의 윤리다.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이 진짜 자기의 것이어야 하고 서로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그 핵심은 약속의 이행과 공동체의 신뢰에 달려있다. 이게 무너지면 위선이다. 그래서 ‘도덕성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가 진정성’이라고 실리콘 밸리의 대부 존 헤네시도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서 토로하지 않았던가.

진정성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 공동체, 인류 전체를 진정으로 대하는 품성이다. 앞뒤가 맞아야 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공인이나 리더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그 진정성을 요구받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진정성 의무가 커진 계기가 있나요?

"그것도 데이터의 흐름에서 나왔죠. 가령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 나오니까 다들 5명이냐? 4명이냐? 카운팅하잖아요. 문제 생기면 책임져야 하니까요. 코로나 2차 파동 때 이태원에 모인 사람들, 수기 기록 없으니 기지국을 털어서 전수조사했어요. 일상이 기록이 되면 늘 ‘내가 잘살아야 한다'가 디폴트가 돼요. 일상의 투명함을 중용에서는 ‘신기독야'라고 했어요. 군중 속에서나 홀로 있을 때나 고결해야 한다는 거죠.

이젠 어떤 공간에서건 ‘나와 너의 공정함’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막강해요. 마스크 없이 지하철 타면 마스크 빌런으로 찍혀서 올라가죠. 한국은 그런 식의 사회적 압력이 매우 큰 사회예요. 숨을 곳이 없어요. 공공의 책무를 서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켰어. 너는 지켰니? "

-거짓말하면 바로 신상(身上)이 털리죠. 특히 정치와 기업은 진정성 분야에 사활이 걸린 거로 알고 있어요.

"맞아요. 이젠 기업의 CSR(사회적 책임 활동)도 낡은 언어가 됐어요. 기업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요구받아요. 과거엔 ‘돈 버니까 좋은 일 좀 해’였지만 이젠 전제가 달라요. ‘소비자인 나는 사회적 책무를 다했는데, 기업인 너는 지켰니?’라고 묻죠. ESG 룰을 못 지킨 조직은 미래가 어두워요. 환경, 사회적 공존, 지배 구조의 건전성이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경영 능력이 됐어요. 룰을 못 지키는 기업은 이 사회가 용납을 안 해요."

-그야말로 ‘무늬만 공존’이 아니라 ‘공존의 진정성’을 요구받는 거네요.

"성숙해지라,는 거죠. ‘돈 벌었으니 베풀게’가 아니라 사회 일원으로 ‘공동체 규약을 준수했니?'에 대한 증거를 만들어 가라고요. 이미지용으로 선심 쓰지 말고 공존을 입증하라는 겁니다."

“당신은 룰을 지켰습니까?”/사진=장련성 기자

-변화를 끌어낸 건 밀레니얼입니까?

"아무래도요. 밀레니얼은 투명한 세상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일탈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부모에게 동선이 공개되니 학원 땡땡이도 안되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막 대해도 안 돼요. ‘일진'으로 신상(身上) 털려 곤욕을 치르는 유명인들을 얼마나 많이 봤어요. 몸으로 규칙 준수를 배웠으니 감수성의 레벨이 다르죠. 그 와중에 사회 전체가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더 많은 규칙을 생존의 문화로 받아들였잖아요."

그는 2021년의 상황에 대해 ‘가치관의 액상화’라는 표현을 썼다.

-액상화라니요?

"지진 나면 지반이 유동화돼서 건물이 설 수가 없잖아요.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면서 우리의 가치 기반이 그렇게 액상화됐어요. 학교 가야지. 출근해야지. 병원 가야 해. 하다못해 ‘일해야 돼’도 재난 지원금으로 절대 진리를 의심받아요.

주니어 세대는 모든 관행에 대해 ‘왜 해야 되지?’ 치열하게 물어요. ‘그냥'은 없어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처럼 반복적으로 ‘왜?’라고 묻죠. 코로나 이후 미국의 많은 기업이 운영비는 낮고 효율은 높은 항구적 재택근무를 고려하면서 부동산의 가치 기반도 액상화되고 있어요. 업종 변화가 어마어마할 거예요."

-땅의 가치가 액상화되는 동안 디지털 우주가 확 열렸어요. 저는 가장 큰 변화가 ‘시간과 공간, 정보’의 소유권이 개인에게로 넘어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기업은 소비자의 시간을 뺏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어떻게든 자기 플랫폼에, 자기 공간에 끌어와 잡아두려고요.

"맞습니다. 그게 바로 주목 경제죠. 계속 머무르게 하려고 알고리즘과 공간 설계에 사활을 걸어요."

-결국 최고의 자원은 시간이 아닐까요? 이제 개인은 누가 내 시간을 함부로 침범하는 걸 못 견디잖아요.

"못 견디죠. 직장인이 회식이 싫은 것도 그게 강제적 시간 침범이기 때문이었어요. 부장님이 고깃집에서 강제로 술 파도 태우고, 건배사 시키고, 마이크를 독점했으니까요."

-이대로 비대면 시대가 장기화하면 출근과 회식은 정말 사라진 옛말이 될까요?

"비대면이 아니라 선택적 대면의 시대입니다. 부장님 빼고 말 통하는 동료끼리 만나 회식할 거예요(웃음). 화상회의 툴도 이미 2003년 스카이프로 열려 있어요. 높은 분들이 안 썼을 뿐이죠. 그분들도 강제로 이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혁신이 일어난 거죠. 티핑포인트는 경험한 모집단이 확 커질 때 생겨요.

파리 오트 쿠튀르가 아무리 멋있어도 대중이 수용 못 하면 확산이 안 되죠. 다래끼 민간요법도 비과학적이면 안 퍼져요. 그런데 출근이라는 관행보다 ‘효율적 재택'이라는 공통 경험과 데이터가 있는데, 과학적 선택을 안 할 이유가 없겠죠."

초연결 사회에 던져진 우리는, 점점 더 ‘진화' ‘적응' ‘혁신'이라는 솔루션으로 지구생태계에 최적화되어 가고 있다./사진=장련성 기자

-‘의견은 됐고 데이터로 말하라'던 구글의 캐치프레이즈가 생각나는군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층층시하 결재받는 시스템이 무의미해져요. 더 나아가면 ‘데이터가 이미 의사결정을 했는데 무슨 결재가 필요해?’까지 가는 거죠. 그러면 개인의 재량권이 축소됩니다. 이게 자동화의 그늘이죠. 온도 재는 기계 나오면서 온도 재던 알바생들이 순식간에 사라졌잖아요?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가 일상화되니 ‘안전하고 따뜻했던’ 페이퍼 워킹 잡도 줄었어요. 그럼 다시 돌아오는 거죠. 데이터와 AI가 다 하면 ‘나는 뭐 해야 해?’"

-뭘 해야 하죠?

"자기만의 일을 해야죠.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자산 삼아서요."

-변화의 큰 방향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결국 속도의 문제겠지요? ‘트렌드 리포트'의 강자인 김난도 교수도 ‘이젠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고 주장하더군요.

"그런데 속도에 너무 몰입하면 조급증과 갈증이 몰려와요. 유튜브만 봐도 전 지구인이 뛰어들어요. 우리가 그걸 다 들여 볼 순 없잖아요. 참여자가 늘면 각 유튜버의 수익이 줄어요. 한 유명 유튜버가 그러더군요. ‘알고리즘이 나를 채찍질한다'고(웃음). 처음 잭폿이 터지면 금광이지만, 다 뛰어들면 골드러시거든요. 분배의 총량이 줄어드니까.

무슨 말인가. 글로벌 마켓이 열리면 그만큼의 경쟁력을 요구받는다는 거죠. 옛날엔 읍내 노래자랑 대상 타면 전기밥통이라도 받아 갔잖아요. 이젠 BTS가 전 지구적인 콘서트로 ‘관심과 시간'을 다 뺏어가요. 동네 가수는 직업의 위기를 느껴요. 이젠 동네 가수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예요. 비정하죠.

결론은 더 멀리 더 높이 봐야 해요. 각자 필요한 데이터, 필요한 레이더가 있어요. 내 꿈이 무엇인가에 따라 자기만의 속도와 밀도를 조절해야 해요. 무엇보다 근본이 있어야 움직임이 좋아집니다. 본캐가 확실하면 부캐의 활동반경이 넓어지죠. 그런데 그 근본이 더이상 직장은 아니라는 거예요."

-근본은 좋아하는 일이죠. 가장 많은 시간을 공들여 해내는 ‘일'을 나의 정체성이자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그 고민을 깊게 할수록 브랜딩이 되는 겁니다. 사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연결되면서 정보의 총량이 얼마나 많아졌습니까? 그 출발은 ‘시간 주인’이 되면서부터예요. 예전엔 ‘월화수목금’이 한 덩어리였다면, 이젠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기면서 의미를 생각해볼 여유가 만들어진 거죠. 이때 기성세대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라떼는 소처럼 일했는데…’ 하시면 안 됩니다(웃음). 다음 세대에는 새 삶을 열어줘야죠. 때가 되었어요."

“근면이 아니라 성실입니다. 이유있는 열심이죠.”/사진=장련성 기자

-지금의 때에 성실이라는 덕목은 여전히 중요한가요?

"여기서도 ‘진정성’이 개입돼요. 진정성은 그 일을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우린 못했으니까, 다음 세대는 억압 없이 해보라는 부모의 마음이에요. 형식주의적으로 흐르면 어차피 자동화에서 탈락할 테니까. 하고 싶은 걸 해야 자기만의 콘텐츠가 나오니까. 그런데 여기서 농업적 근면성은 불필요해요."

-근면과 성실은 다른 범주군요?

"달라요. 성실은 의미를 밝히고 끈기 있게 헌신하는 거예요. 근면은 원리를 모르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거죠. 이사님이 8시에 출근하니 신입사원은 7시 반에 나오는 것처럼요."

-얼리버드가 절대 진리는 아니라는 거지요?

"주체로서의 얼리버드는 좋죠. 사회적 압력에 따른 거라면 높이 못 납니다."

-요즘은 내 삶을 건실하게 지켜내기 위한 자발적 ‘루틴’이 유행입니다만.

"루틴도 삶을 꾸려나가는 전술적인 방법이에요. 일상을 쪼개서 부지런한 프로세스를 만드는 거죠. 그런데 명상, 일기, 산책… 루틴으로 순서 다 지키려다 보면 삶이 버거워질 때도 있어요(웃음). 모든 건 정반합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지요. 조여질 때가 있으면 풀어질 때도 있다는 걸 기억하면 돼요."

-루틴과 기록은 그 자체로 개인의 콘텐츠가 되고 아카이브가 되니, 순기능 아닌가요?

"기록은 나라는 존재의 시그널을 보내는 거예요. 블로그, 인스타그램, 틱톡 등 여러 공간에 자기 취향을 알리면 ‘동류’가 모여들죠. 하지만 역기능도 있어요. ‘지우고 싶은’ 흑역사도 남습니다. 나중에 뒤통수칠 수도 있어요. 그것도 빛과 그늘이죠."

“혼자 사회가 될수록 동류를 찾고 싶은 마음은 더 깊어집니다.”/사진=장련성 기자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죠. 디지털 세상에 몸을 맞출수록 내가 사는 진짜 세상을 더 진정성 있게, 감각적으로 느끼고 싶어지잖아요. 생각이 글로벌해질수록 행동은 더 로컬로 가는데, 그게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지요?

"아닙니다.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시그널이 잡힌 건 2015년부터였어요. 동네 카페 키워드가 붐을 이뤘죠. 예전엔 카페에 가기 위해 명동, 압구정, 가로수길로 갔지만, 그즈음부터 평일 낮에 대한 욕구가 생겼어요. 추석에 잘 먹고 설에 좋은 옷 입는 것처럼, 몰아서 노는 게 아니라 평소에 잘 쉬고 싶다는 거죠. 월차 내고 평일 낮에 동네 카페에서 맥주 한잔하고 싶다는 일상의 향유! 그러려면 내 동네, 내 공동체가 세련되고 믿을 만 해야 해요.

최근 몇 년간 마켓컬리, 오늘의 집, 당근마켓이라는 키워드가 폭주했어요. 마켓컬리는 물건보다 내 식탁 플레이팅 그 자체를 전시하고 싶어 하는 컬리족을 만들어 냈고, 오늘의 집은 내 집까지 다 보여줬죠. 당근마켓은 거기에 지역성과 신뢰를 결합했어요. 중고OO에서 노트북 시키면 벽돌이 오지만 당근은 다르다,는 경험이 쌓였죠."

-당근이 잘 자랄 지역 토양이 생겼군요!

"물건을 되팔이하는 ‘업자들'은 가고 그 자리에 진짜 이웃이 들어온 거죠. 이웃과 교류하다 보면 예절이 나와요. 그건 단순히 상행위가 아니라 관계니까. 물건을 매개로 했지만, 서로를 향한 인심이 예쁘게 올라오는 거죠. 그게 로컬리티예요.

맛집에 둘러싸인 한남동 연남동 주민들은 ‘우리 동네는 배민이 좋아'라고 자랑하잖아요. 요즘엔 ‘우리 동네는 당근이 좋아’가 그 동네의 자부심이 돼요. 당근이 좋다는 건 그 동네 물이 좋고 매너가 좋다는 말이죠. 그렇게 각 지역이 서로 더 좋은 집단이 되려고 선한 경쟁을 해요."

-당근과 트레바리의 공통점은?

"동류를 찾고 싶은 마음. 트레바리에선 미래의 고민을 함께하고 싶고, 러닝크루와는 함께 뛰고 싶고, 당근에선 험하지 않게 생활을 나누고 싶은 거죠."

-혼자 사회에서 왜 계속 동류를 찾으려고 합니까?

"외로우니까요. 허기지거든요. 하지만 아무나 하고 관계를 맺고 싶진 않아요. 다들 나와 비슷한 사람을 원해요. 그래서 성긴 관계처럼 보이지만 규칙은 엄격해요. 레벨도 있고 퇴출도 있죠. 민폐와 상처를 예방하는 안전장치가 잘 설계돼 있어요."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의 줄임말로 초로컬화를 상징한다.

-결국 각자가 여러 형태의 진정성 있는 유닛으로 원하는 관계의 총량을 채워간다는 거군요. 그런데 동시에 빅데이터에서는 가족 언급이 더 늘어났다고 해서 신기했어요.

"맞아요. 관계 강화를 위해 사진, 요리 등 가족 루틴 사진이 늘고 있어요. 가족은 경험과 문화 자본,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이니까 중요하죠. 그동안 앉은뱅이 식탁에 3대가 같이 모여 식사하던 TV 드라마 속 ‘대가족의 신화'가 깨지면서, 적정 가족에 대한 생각도 변했고요.

1인 가구라도 언제든 가족과 유닛 라이프를 즐기려고 해요. 사유리 씨 비혼 출산처럼 가족 구성도 더 다양해지겠죠. 최재천 교수가 동물계의 ‘포괄적합도’를 얘기하시던데, 일개미들은 자기 유전자를 남기지 않아도 전체 종의 유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잖아요. 돌아보면 주변에 조카들을 위해 아낌없이 쓰는 ‘골드 앤트들'도 얼마나 많아졌습니까(웃음)."

-코로나라는 악재 속에서도 사회구성원들이 제 각자 솔루션을 찾아 진화하고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한편 더 유능하고 재밌는 플랫폼으로 미련없이 갈아타고 있는 모습도, 최적화를 향한 흐름일까요?

"말씀드렸잖아요. 끝없는 경쟁의 문이 열렸다고(웃음). 소비자들은 계속 새로운 걸 찾아요. 또 다른 모양의 보편성과 독창성을 갖춘 ‘새것’을 찾습니다. 그래서 개인도 기업도 적응 이슈가 생기죠. 살기 위한 적응이 곧 혁신이에요. 혁신은 하면 좋은 게 아니라 안 하면 도태되는 거예요. 현재를 유지하는 게 곧 혁신인 거죠. 안 하면 바로 밀리니까. 그 강력하던 인텔도 이젠 한물간 것 같잖아요. 애플이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칩을 자체 설계하면서 인텔 CPU는 힘을 잃었어요."

-이렇게 숨가쁘게 돌아가면 다들 어떤 박자로 호흡해야 합니까?

"깨어 있거나 깊게 가거나. 깊이 가면 역사가 생겨요. 관계라는 자산이 생기죠. 그 팬덤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명성을 유지하려면, 역시 한 우물을 파는 게 답이에요. 오래 하는 게 유리한 거죠. 방법으로는 혁신을 수용하면서, 원리는 근본을 챙기는 거예요. 항상 ‘근본이 뭐였지?’를 묻고 아닌 건 버리면 돼요. 확고한 가치관이 있으면 자기 행동과 관계를 정리하는 기준이 생겨요."

-송 박사의 가치관은 뭐죠?

"마이닝 마인즈(Mining Minds). 저는 빅데이터로 마음을 캐는 광부예요.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싶은 것이 제 가치관입니다."

-왜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 하지요?

"우리 종은 집단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요. 섞여서 잘 살려면 상대의 기색을 잘 살펴야죠. 그걸 못하면 서로가 불행해져요. 사고가 형성되는 과정을 알면 배려가 생기고, 시장의 에러(error)도 줄일 수 있어요."

“다양한 기준을 세우고 폭넓게 보상해야 콘텐츠 잠재력이 폭발합니다.”/사진=장련성 기자

익숙한 동류와 어울리고 싶은 마음, 새로운 낯선 것을 열망하는 마음… 두 마음을 조화롭게 수용하는 혁신의 태도로 다양성이 올라온다. 섞일수록 새로워지고 섞일수록 강해지지 않던가. 갈수록 한 국가의, 한 집단의 발전 여부는 ‘얼마나 다양성을 수용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과 대기업이라는 좁은 문 앞에 단일 기준 적용해서 줄 세우면, 그 집단은 퇴보한다고 송길영은 강조에 강조를 거듭했다.

-지금 K팝, 웹툰, 넷플릭스 드라마 등 K 콘텐츠가 대세가 된 바탕에도 다양성이 있다고 봅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 준비된 한국 콘텐츠의 절반이 웹툰 기반입니다. 웹툰 플랫폼의 경우 한국이 처음으로 했어요. 창작자 발굴 시스템을 C to C로 확 열어버린 거예요. 한국이 월등하게 글로벌 1등이죠.

창작자들이 작품을 올리면 바로 별점과 피드백이 쏟아져요. 그들이 누군가요? 내신, 수능, 정규직이라는 레이스와는 다른 길을 달렸던 사람들입니다.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웹툰 시장에서 재능의 꽃을 피웠어요. 다양성을 수용하면 모집단이 커지고, 창의성이 불을 뿜어요. 시스템이 보상해주면 잭폿 콘텐츠가 무한대로 나옵니다."

모집단을 키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오디션이다. ‘미스 트롯'이나 ‘씽어게인'을 보면 아마추어든 프로든 가리지 않고 더 나은 실력과 매력으로 붙어보자고, 다같이 오픈마켓으로 뛰어든다. 다양성 룰이 콘텐츠에 얼마나 영리하게 발현되었느냐에 따라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넷플릭스에서 대세 콘텐츠가 된 K드라마 ‘스위트홈'

-글로벌 마켓에서 평등한 주인공으로 살아본 밀레니얼이야말로 ‘나와 너는 다르다'라는 다양성의 룰이 몸에 밴 종족입니다. ‘미래를 먼저 산 밀레니얼’과는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까요?

"저도 과거엔 후배들에게 제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마인드가 강했는데, 지금은 배웁니다. 밀레니얼이라는 명칭 자체가 사실 기성세대가 편의상 정한 범주예요. 20대와 30대는 자신들을 밀레니얼로 통칭하는 것도 거부해요. 왜? 다 다르니까. 그런데 그 개성을 기존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직 정리를 못 했어요.

대학까지는 개성이 중요하다고 가르쳐 놓고는 회사 들어가면 ‘김 대리'로 퉁쳐버리거든요. 청년들은 이런 이중 메시지를 다 알아요. 그래서 아예 ‘원하는 개성 게이지를 맞춰줄게’라고 합니다. 이런 조직은 시니어와 주니어가 적당히 서로 연극을 해요."

-해결 방법이 있습니까?

"처음부터 헌신을 원하는지 창의를 원하는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해요. 그리고 정말로 밀레니얼의 창의성을 원한다면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창의성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로.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은 퇴근 후에만 창의성을 발휘할 거예요."

‘나의 이익이 동시에 조직이 이익이 되도록'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21세기 직장 문화의 핵심인 듯했다.

“밀레니얼은 편견 없는 글로벌 센서를 갖고 있어요. 그게 큰 차이를 만듭니다”/사진=장련성 기자

-‘규칙 없음’이라는 문화를 가진 넷플릭스가 구성원의 창의성을 조직의 이익으로 완전히 흡수한 사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위계 없이 피드백을 주고받고 한계 없는 재량권을 갖더군요.

"규칙이 없을 순 없어요. 결국 뽑을 때 잘 뽑아야죠. 뽑는 게 아니라 모시는 거예요. 기업은 유능한 사람을 들이고 구성원이 마음을 다할 수 있도록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사가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할 만한 일을 벌일 수 있어요.

밀레니얼은 편견 없는 글로벌 센서를 갖고 있어요. 그게 큰 차이를 만듭니다. 시니어들은 직원들, 동창들, 업계 관계자가 센서의 전부지만, 밀레니얼은 가진 모집단이 훨씬 커요. 정보 접근성도 넓죠. 그 역할을 소비자에게 주면 소비자와도 협업할 수 있어요."

-소비자와의 협업이라...

"대중이 창작자보다 모수가 큽니다. 마블도 제임스 캐머런도 2~3년에 한 번씩 콘텐츠를 만들지만, 대중은 그사이에 끝없이 만듭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여러 프로젝트는 대중을 공동창작자로 끌어들여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수용성까지 검증했어요. 소비자를 협업자로 받아들이면 댓글로 소통은 기본이고 흥행까지 보증돼요. 같이 만들면 결이 풍성해져요. 다양성의 깊이를 팬덤이 만들어내는 거죠."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시청자를 참여시켜 피드백풀을 넓혔다.

-피드백 풀을 계속 넓혀가는군요. 게임사도 세계관은 게임사가 세우되, 게이머의 의견을 계속 반영하면서 브랜드의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알고있어요.

"게임이야말로 처음엔 만드는 사람이 ‘짱’이지만, 오픈하면 게이머들이 ‘짱'이 돼요. 처음엔 최대로 공짜로 풀고 사용자들이 준 다양한 피드백으로 완성도를 높여가는 거죠. 참여자가 없으면 크리에이티브의 주체가 빠진 격이 돼요. 기업과 소비자의 공동창작은 이제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이에요.

이젠 누구나 소비자인 동시에 공급자예요. 그럴수록 ‘강력한 참여자’인 팬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요즘엔 기업이 사회적 어려움이 생기면 팬들이 나와서 옹호해줘요. 팬덤이 댓글로 쉴드를 쳐줘야 리스크 방어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기업과 플레이어는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팬덤과의 의리를 지켜야 해요. 그 바탕이 진정성입니다. 정직하게 나를 설명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작업이죠."

어떤 말로 시작해도 ‘기승전 진정성’으로 돌아왔다.

-이젠 소비자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해야 맞겠네요.

"파트너죠. 피아(彼我)가 갈라지지 않아요.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묶여요. 마켓컬리는 소비자를 컬리족이라고 불러요. 앞으로 시장은 단순히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에요. 내가 생산하는 제품의 이상을 제시하면,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형태죠. ‘좋은 물건 싸게 드릴게요'라고 하면 더 싼 물건 나오면 옮겨가요. 결국 부가가치는 가치를 공유한 관계에서 나와요. 시장참여자는 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큰일이에요."

-‘혼자 사회’에서 ‘파트너 사회’로의 변화는 언제 인지했나요?

"저는 2003년부터 20년 가까이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데이터를 봐왔어요. 혜안이 생겼다면 데이터를 많이 봤기 때문이 아니라 오래 봤기 때문일 거예요. 오래 보면 인과관계가 보여요. 가령 2010년에 칸막이 식당이 생기면서 ‘혼밥'이 나왔고, 2013년에 혼밥 숫자가 의미 있게 상승했어요. 2018년에는 혼밥 혼술 혼영 등 39개 키워드가 나왔고 2020년에는 65개로 ‘혼 시장’이 늘었죠.

범상치 않은 신호가 반복되고 증폭되는 과정, 그 시그널의 처음과 끝을 볼 수 있다는 건 제 직업의 특혜예요. 전 지구적으로 다른 삶이 강제되었고, 변화의 속도가 무진장 빨라졌어요. 그렇게 다 해봤더니 이 방법이 좋더라는 결론이 이제 나왔어요."

진정한 개인의 시대, 이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다.

“진정한 개인의 시대, 이성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사진=장련성 기자

-마지막으로 진정한 개인의 지위를 부여받은 지금,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합니까?

"우리는 새해를 송구영신이라고 하지만, 중국에는 ‘송고영신(送古迎新)’이라는 말이 있어요. 옛 관리를 보내고 새 관리를 맞이할 때 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옛사람을 보내야 새 사람이 옵니다. 쓸모를 다한 걸 버려야 새것이 오지요. 코로나로 일상이 정지됐을 때, 멈추고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 건지.

요새 집 정리가 인기잖아요. 내 집, 내 조직, 내 관계에서 관행이라는 묵은 짐을 버리세요. 취직은 왜? 출근은 왜? 관행처럼 해왔던 모든 것을 의심하세요. 사회변화는 중립적이에요.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적응을 해요. 미래가 있으면 적응력이 높아지고, 미래가 없으면 적응력이 떨어져요. 성취동기가 높으면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고 솔루션을 찾아요. 모호할 때는 1 이성적 사고 2 업의 진정성 3 성숙한 공존, 이 세 가지를 기준 삼아 버리고 취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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