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되풀이 막아라"..은행권, 소비자 보호 총력
지난해 내내 라임펀드 환매중단, 옵티머스 사기 같은 불상사로 금융 소비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던 은행들이 올해 일제히 소비자 보호를 핵심정책으로 설정하고, 그에 맞춰 없던 보직까지 만들어 가며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오는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 대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않으면, 금융 소비자 이탈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지난해 76억원 규모 ‘셀프대출’ 사태로 곤혹을 치렀던 기업은행은 14일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김은희 신임 부행장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으로 발령했다. 동시에 내부통제총괄부를 새로 만들어 영업점과 본부의 법규준수 점검, 내부통제 관련 위험요인에 대한 사전적 통합 관리·감독을 맡겼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부행장인 김 신임 부행장을 소비자 보호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은 상징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은 이번 인사를 두고 "김 신임 부행장이 새로운 규제환경에 대응한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갖추는 데 기여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조직개편을 하면서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새로 만들었다. 그룹장으로는 여성 전문인력인 이인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시니어 변호사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순혈주의 성향이 강한 국내 은행권에서 새로 만든 주력 부서 책임자를 외부 출신에게 맡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처럼 새 조직을 편견없이 꾸리려면 은행 출신이 아니거나 타행 출신이더라도, 전문가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 생긴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은 소비자의 시선으로 은행을 바라보고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전 리스크관리그룹이 은행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위험 대비 적정 수익률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그룹은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 보호에 몰두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손님의 자산규모, 위험 선호도, 수익률을 감안해 손님이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신한 옴부즈만’이라는 조직을 신설해 금소법에 대응할 방침이다. 앞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비롯한 제도적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라며 "상품선정 프로세스를 포함한 내부통제 전반을 빈틈없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는데, 옴부즈만은 진 행장의 이런 의지가 반영된 제도다.
신한은행은 학계·법조계 등 분야별 전문가 5인과 투자상품 전문업체 1곳을 위원으로 구성하고, 주요 소비자보호 이슈를 점검하는 ‘옴부즈만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방침이다. 1기 신한 옴부즈만 위원으로는 강장구 KAIST 금융대학원 경영공학부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허환준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와 KG제로인이 꼽혔다. 이들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은 지난해 내내 이어진 일련의 사태들로 금융소비자 뿐 아니라 금융당국으로부터도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며 "올해 3월 금소법이 시행되면 금융 소비자가 모든 금융상품에 대한 청약 철회권과 위법계약 해지권, 자료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고 금융사는 이 법을 위반하면 수입의 50%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벌인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에서 이번에 소비자 보호에 심혈을 기울인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은 종합등급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다. 전체 등급(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 가운데 네 번째로 낮은 등급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관련 소비자피해를 유발해 사회적물의를 초래한 금융사에 종합등급을 1등급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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