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경찰 모두 아동학대 업무 기피..'제2 정인이'는 되풀이
[편집자주] 16개월 여아가 부모에게 학대 당하다 숨을 거뒀다. 학대 정황에 조금만 더 민감했어도, 분리만 됐어도 아이는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삶이 행복했을까. 학대 사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은 그렇다고 확답하지 못한다. 피해 아동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다각적으로 점검해본다.
전국 시·군·구는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하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업무만 맡는 전담공무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수많은 아동학대 신고를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아동학대 대응 기관인 경찰과 전담공무원 간 역할도 겹쳐 책임·업무를 서로 전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담공무원, 경찰, 현장 전문가 등이 아동학대 업무를 협업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전담공무원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이로 주로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맡는다. 기존에 민간단체인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담당했던 일이다. 아보전 소속 조사 인력은 민간이다 보니 학대 아동가구 방문을 거부 당하거나 위협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공권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전담공무원을 도입한 배경이다.
하지만 전담공무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연간 아동학대 신고 건수 50건 당 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하라고 시·군·구에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 4만1389건을 대입하면 모든 전담공무원 664명을 배치 완료하더라도 1명당 62건을 맡는 셈이다.
전담공무원이 전문성을 기르기에도 녹록지 않다. 일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손을 떼겠다는 사람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인력 부족, 험한 현장 업무를 이유로 아동학대 부서를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 부족은 경찰도 같은 상황이다. 경찰 내부에선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을 담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그러다 보니 초짜 또는 하위 직급 경찰이 APO를 도맡고 있다.
현재 있는 인력이라도 100% 활용하기 위해선 전담공무원과 경찰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지난 8일 아동학대 신고 접수 시 전담 기관이 수사, 조사에 착수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처벌법을 통과시켰다. 현장에선 전담공무원은 조사, 경찰은 수사를 맡을텐데 서로 업무를 떠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은 "개정법대로라면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올 경우 경찰, 공무원은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나올 것"이라며 "경찰, 공무원, 아보전까지 한 곳에 모여 조사, 수사, 보호·분리, 행정지원, 사례관리 등 모든 아동학대 업무를 한 트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아동학대 해결은 경찰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피해자 보호기관, 상담, 복지지원 지자체,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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