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경찰 모두 아동학대 업무 기피..'제2 정인이'는 되풀이

세종=박경담 기자 입력 2021. 1. 16. 06:00 수정 2021. 1. 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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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학대아동을 위한 곳은 없다]③

[편집자주] 16개월 여아가 부모에게 학대 당하다 숨을 거뒀다. 학대 정황에 조금만 더 민감했어도, 분리만 됐어도 아이는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삶이 행복했을까. 학대 사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은 그렇다고 확답하지 못한다. 피해 아동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다각적으로 점검해본다.


전국 시·군·구는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하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업무만 맡는 전담공무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수많은 아동학대 신고를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아동학대 대응 기관인 경찰과 전담공무원 간 역할도 겹쳐 책임·업무를 서로 전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담공무원, 경찰, 현장 전문가 등이 아동학대 업무를 협업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담공무원은 지난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18개 시·군·구에 290명 배치됐다.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모든 지역에 전담공무원을 두고 인원은 664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턱없이 부족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조사 질 저하 우려
(양평=뉴스1) 송원영 기자 = 13일 오후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의 사진이 놓여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이날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인이의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2021.1.13/뉴스1

지난해 10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전담공무원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이로 주로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맡는다. 기존에 민간단체인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담당했던 일이다. 아보전 소속 조사 인력은 민간이다 보니 학대 아동가구 방문을 거부 당하거나 위협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공권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전담공무원을 도입한 배경이다.

하지만 전담공무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연간 아동학대 신고 건수 50건 당 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하라고 시·군·구에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 4만1389건을 대입하면 모든 전담공무원 664명을 배치 완료하더라도 1명당 62건을 맡는 셈이다.

인력 부족은 아동학대 신고 조사의 질과 직결된다. 전담공무원 1건당 담당 신고 건수가 많을수록 학대에 시달리고 있을 아동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의미다. 현재 1~2명의 전담공무원으로만 굴러가고 있는 일부 시·군·구 아동학대팀 팀장급은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는 일반직 공무원이 맡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도 경찰도 전문성 부족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에 대한 초동 대처에 문제가 있었던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 비판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5월, 6월, 9월 무려 세 차례나 학대의심 신고를 접수했지만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내사 종결하거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한 바 있다. 이에 실명인증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글을 쓸 수 있는 양천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지난 5일 하루에만 500여개 비판 게시물이 올라왔다. 6일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0.1.6/뉴스1

전담공무원이 전문성을 기르기에도 녹록지 않다. 일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손을 떼겠다는 사람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인력 부족, 험한 현장 업무를 이유로 아동학대 부서를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 부족은 경찰도 같은 상황이다. 경찰 내부에선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을 담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그러다 보니 초짜 또는 하위 직급 경찰이 APO를 도맡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APO 628명 가운데 경사 미만 하위 직급은 74.4%를 차지한다. 이제 갓 경찰이 된 순경 비율도 10.7%였다. 경찰은 가해 부모 민원 등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많은 APO는 업무 부담이 커 1년 내 보직 변경 비율이 40%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찰·전담공무원 아우르는 아동학대 컨트롤타워 필요
탁틴내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아동인권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아동의 죽음, 보건복지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묻는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현재 있는 인력이라도 100% 활용하기 위해선 전담공무원과 경찰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지난 8일 아동학대 신고 접수 시 전담 기관이 수사, 조사에 착수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처벌법을 통과시켰다. 현장에선 전담공무원은 조사, 경찰은 수사를 맡을텐데 서로 업무를 떠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은 "개정법대로라면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올 경우 경찰, 공무원은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나올 것"이라며 "경찰, 공무원, 아보전까지 한 곳에 모여 조사, 수사, 보호·분리, 행정지원, 사례관리 등 모든 아동학대 업무를 한 트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아동학대 해결은 경찰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피해자 보호기관, 상담, 복지지원 지자체,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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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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