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뺏으려 악성민원..학대아동과 같이 당하는 보호시설

최민지 기자 2021. 1.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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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학대아동을 위한 곳은 없다]②

[편집자주] 16개월 여아가 부모에게 학대 당하다 숨을 거뒀다. 학대 정황에 조금만 더 민감했어도, 분리만 됐어도 아이는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삶이 행복했을까. 학대 사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은 그렇다고 확답하지 못한다. 피해 아동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다각적으로 점검해본다.

원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은 어디로 갈까.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차적으로는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단기보호시설에 수용된다. 쉼터는 학대를 당한 아동(0~18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며 지자체가 설치·운영한다. 1곳 당 최대 7명의 아동이 보호·수용된다. 기간은 최대 9개월 정도이지만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분리 기간 동안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행위자를 모니터링한다.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의 재결합이 힘들다고 판단할 경우 아동은 △입양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아동복지시설 등 장기보호에 들어간다. 가정위탁은 주로 0~2세 영유아에게 우선 배정된다. 공동생활가정은 쉼터처럼 7명 정도가 모여 사는 아동그룹홈이, 아동복지시설은 보육원 등이 대표적인 기관이다.

가정위탁보호 양육보조금 겨우 20만원… "국비 지원돼야"
가해 부모들은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기보호기관뿐만 아니라 중장기보호기관 역시 국가가 지원하는 학대 피해아동 분리의 안전망이 돼줘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들 시설에 대한 지원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예산 부족을 호소했다. 가정위탁의 경우 아동 1인에게 지급되는 양육보조금은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월 12만~20만원 선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특히 학대 피해아동, 경계선지능 아동 등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한 전문가정위탁 제도도 시행 중인데 이 제도로 보호받는 아동은 전국에서 60명밖에 안 된다. 나머지 대상자인 337명은 전문위탁 대상임에도 일반 위탁가정에서 지낸다.

정부에서는 이들 가정에 100만원의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론 20만~40만원 선에서 지급되고 있다. 지원금이 적은 데다 24시간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위탁가정 모집이 녹록지 않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16일 "전문가정위탁 역시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다보니 재정 상태에 따라 지원도 제각각"이라며 "현재 복지부와 국가 지원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봉에, 가해자 민원까지"… 이중고 겪는 그룹홈
전국 507곳(2019년 기준)에 설치된 그룹홈은 보건복지부(복권기금)와 각 지자체가 각각 4대6 비율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액은 쉼터의 10분의1 수준인 연 403만원(월 33만6000원) 수준이다. 모자란 운영비는 시설보호아동이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일부로 충당한다.

이준섭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사무국장은 "학대피해로 인해 분리가 된 아동에겐 매달 기초생활수급비가 40만~50만원 정도 나오는데 이를 그룹홈에서 아이를 위해 쓴다"며 "대부분 식비나 인건비, 의복비 같은 고정비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다가 코로나19(COVID-19) 국면에서 지출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보호기관 종사자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대아동보호쉼터는 1곳 당 5명, 그룹홈은 3명의 종사자가 상시 근무한다. 쉼터 종사자의 경우 급여, 퇴직금, 기관사회보험부담금을 포함한 연봉이 3200만~3400만원 선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는 쉼터 상담인력도 1곳 당 1명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예산을 더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그룹홈의 경우 더 열악하다. 종사자들 평균 연봉은 2892만원8000원(세전 기준, 24시간 3교대)이며 야근수당은 받지 못한다. 이 국장은 "격무에 박봉이다보니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종사자가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친권자 권한 많아… 수급비 뺏어가려는 민원도
재정 지원 외에도 제도적으로는 학대 아동의 자립을 위해 가해 부모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친권자로서의 권리를 빌미로 보호기관 운영이나 아이의 생활에 간섭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이를테면 아이들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통장을 만들려면 친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의 안전을 고려하면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친권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도 꼭 필요한 상황이 생겨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수급비를 친권자가 가져가야 한다는 민원은 수도 없이 들어간다"며 "지난해에는 친권자들이 아이들 이름으로 나온 재난지원금을 자신이 써야한다는 억지 민원을 넣어 그룹홈들이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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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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