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위대하게, 미국을 위태하게..'기이한 행적'의 4년

조성은 2021. 1.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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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벌·트위터 통치 '惡手' 남발.. 증오 부추기다 '외통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국민일보DB


200년 넘는 미국 역사에서 기이한 행적을 남긴 대통령은 적지 않다.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와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향 영국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을 함께 방문했을 당시 셰익스피어의 목제 의자를 파손하는 기행을 벌였다. 셰익스피어 애호가로서 기념품을 챙겨가기 위해서였다.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는 이른 새벽 포토맥강을 알몸으로 수영하는 습관이 있었다.

20세기 중반 이후에도 독특한 대통령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생존하는 전직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자인 지미 카터는 대통령 취임 8년 전인 1969년에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목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UFO 목격을 주장한 사람은 현재로선 그가 유일하다. 점성술에 심취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점성술사 존 퀴글리를 비밀 고문으로 두고 조언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색적인 개성만 놓고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임자들에 못지않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만찬에서 건배를 할 때도 포도주 대신 콜라로 잔을 채웠다. 세균 공포증이 있어 수시로 손을 씻고 악수 후에는 반드시 손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통령이나 주지사 등 선출직 경력이 있었던 전임자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생애 첫 공직이 대통령인 유일한 인물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기도 하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직을 가장 기이한 방식으로 수행한 인물로 한동안 세계인의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정적을 맹렬히 공격하고 때로는 허위 정보까지 유포하면서 공직자의 소셜미디어 사용과 관련한 나쁜 전례를 만들었다. 통합을 강조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노골적으로 분열과 증오를 부추기기도 했다. 결국 그는 임기 중 탄핵안이 두 차례 가결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족벌주의… 트럼프 백악관의 난맥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언론 보도와 전직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종합하면 트럼프의 백악관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난맥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딸인 이방카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고문으로 들여 족벌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 직계가족이 백악관 비서실장을 제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백악관 내 위계질서가 흐트러졌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진은 물론 각료들까지 충성을 요구하며 줄 세우기를 시켰다. 전문 지식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지시를 반박하면 장관이라도 즉각 해임 조치됐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트위터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 주장을 반박했다는 이유로 크리스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안보국장을 트위터로 경질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구잡이식 인사는 통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고위 관리 교체율이 지난해 말 기준 91%나 됐다. 백악관 공보국장의 경우 지난 4년 사이 7명이나 거쳐가 8년 임기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만큼 많았다. 특히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공보국장은 고작 11일 만에 교체돼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

닷새 중 하루꼴로 골프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골프를 가장 많이 즐긴 대통령으로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분석 업체 팩트베이스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기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골프장을 찾은 날은 321일로 전체 임기의 22.1%에 달했다. 장소별로는 버지니아주 포토맥 폴스 소재 트럼프 골프클럽이 106회로 가장 많았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이 105회,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이 88회로 뒤를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야인 시절이었던 2015년 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에 사는 인간 중에서 아마 가장 많이 골프를 쳤을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린 바 있다. 하지만 CBS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마크 놀러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친 횟수는 두 차례 임기 동안 333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2배 가까이 골프장에 더 많이 간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소유 골프장을 집중적으로 이용한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그가 국민 세금으로 골프를 즐기면서 자기 소유 기업에 이익까지 가져다준 셈이기 때문이다. 전용기 운항 등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들어간 제반 비용을 모두 합하면 수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도 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북한 땅 밟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그는 크림반도 합병으로 국제사회의 ‘왕따’가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 아들 헌터 바이든의 의혹을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은 사실이 폭로돼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비화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분단 이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북한 최고지도자와 대면한 기록도 세웠다. 2019년 6월 남·북·미 정상회동 당시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경계선에서 만나 북한 지역을 잠시 건너갔다 오기도 했다. 카터와 빌 클린턴 등 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사례는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으로는 역사상 처음이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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