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비판하면 매국노 몰아.. 극좌와 싸워"

양지호 기자 2021. 1. 1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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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저자 팡팡 국내 첫 인터뷰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人不傳人可控可防). 이 여덟 글자가 도시를 피와 눈물로 적셨다. 우한의 현실은 거짓말의 결과다.”

지난해 1월부터 76일 동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는 봉쇄(lock down)에 들어갔다. 당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우한의 현실을 전한 중국 소설가 팡팡(方方·66)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치른 비싼 대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구 900만 도시 우한에서는 봉쇄 기간에 최소 5만명이 감염돼 4000명 가까이 숨졌다. 팡팡은 우한 상황을 기록한 ‘우한일기’를 통해 ‘코로나 시대 중국의 양심’ 소리를 들으며 지난해 영국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정작 중국에서는 극좌파 민족주의 세력에 ‘매국노'로 비난받고 있다. ‘우한일기’(문학동네)가 최근 국내에서 번역돼 나와, 우한에 있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국내 언론 첫 인터뷰다.

‘우한일기’를 통해 76일간의 봉쇄를 기록한 팡팡. /문학동네

그는 “재난이란, 병원에서 예전에는 몇 개월에 한 권 쓰던 사망자 명부를 지금은 며칠에 한 권씩 쓰는 것“이라고 했다.

팡팡이 전한 중국 당국 대응은 부실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베이징에서 온 감염병 전문가는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고 했다. 그 전문가는 발언 직후 코로나에 감염돼 조롱거리가 됐다.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그에게 코로나 예방에 기여했다며 표창장을 줬다. 우한에서 코로나 감염 실태를 고발한 뒤 자신도 감염돼 숨진 의사 리원량과 같은 표창이었다. 20일째 봉쇄에 들어간 우한에서 당 간부들은 붉은 깃발을 들고 임시로 지은 코로나 전담 치료 병원에 찾아가 환자들 앞에서 중국 선전 가요를 불렀다. 팡팡은 일기에서 “언제쯤에야 공무원이 일하기 전에 깃발부터 앞세우고 기념사진을 찍지 않게 되는가. 폐에서 올라오는 공기가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희망은 시민에게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전염병 시국에 정부가 신경을 쓰지 못하자 사람들은 스스로 구제하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 자원봉사자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이웃을 도왔다”고 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중신병원 주변에 마련된 중국 의사 리원량의 임시 추모소에 리씨의 사진과 꽃다발, 담배가 놓여 있다. 우한의 코로나 유행을 미리 경고했던 그는 감염자를 진료하다가 자신도 코로나에 걸려 숨졌다. /AP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우한일기’를 반기지 않았다. 팡팡의 웨이보 계정은 수시로 차단됐고, 올린 글이 삭제되기도 했다. ‘우한일기’는 미국과 독일 등에서 지난해 출간됐지만, 중국에선 나오지 못했다. 팡팡은 “지난 1년 사이 바뀐 것은 중국 문학 관련 행사에서 더 이상 나를 초청하지 않고, 작품을 중국에서 출판하거나 발표할 권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어 ‘극좌파 바이러스’와 싸워

봉쇄 기간 그가 싸워야 했던 것은 코로나만이 아니었다. ‘서구의 반중(反中) 세력에 칼자루를 쥐여준다’며 그가 올린 글에 ‘좌표’를 찍고, 가짜 뉴스를 만들며 공격하는 세력이 있었다. 간호사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다 숨졌다는 소식을 전하면 “사망자의 실명이 없는 걸 보니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우겼다.

그는 이런 사람들을 ‘극좌파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팡팡은 “정부 조치를 비판하면 내가 애국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며 “자신의 관점 없이 권력의 향방에 따르는 극좌파가 대중의 극단적 분열을 초래했다”고 했다.

정부와 대중의 타깃이 됐지만 그는 꿋꿋했다. “도시에 갇힌 작가가 봉쇄된 도시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것은 작가의 본분이자 책임이지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감염병 시국에 내게 취재와 기록에 매달릴 힘을 준 것은 마주한 현실과 생활이었다.”

팡팡은 3차 유행을 견디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인내심을 가지고, 희망을 품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라”고 했다.

[소설가 팡팡 누구인가]

공장 하역부로 짐수레 끌기도… 中 최고권위 ‘루쉰 문학상’ 받아

본명은 왕팡(王方). 1955년 난징에서 태어나 2세 때부터 우한에서 줄곧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약 4년 동안 공장 하역부로 짐수레를 끌며 집안 생계를 책임지다가 우한대 중문과에 진학했다. 1982년 소설가로 등단해 도시 하층민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소설을 써왔다. 중편소설 ‘친돤커우(琴斷口)’로 2010년 중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루쉰 문학상’을 받았다. 우한의 참상을 고발한 이 책 ‘우한일기’는 정작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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