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 지키라 했더니 주인 행세' 바로 이 정권 얘기 아닌가

입력 2021. 1. 1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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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을 감사하는 감사원을 겨냥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했다. 집 주인은 정권인데 왜 감사원이 주인 행세를 하느냐는 것이다. 주인이 탈원전 하겠다는 데 왜 간섭이냐는 것이다. 참으로 오만한 발상이다.

나라의 주인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5년 임기 정권은 국민이 5년 동안 행정부 운영을 맡긴 것에 불과하다. 집으로 치면 5년 전세 사는 것과 같다. 전세 사는 사람은 벽지를 바꾸는 도배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기둥을 뽑고 벽을 허물어선 안 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뿌리를 뽑은 탈원전은 기둥을 들어낸 것이다. 지난 대선에선 유권자 60% 가까이가 문재인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 임기도 1년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전세 든 처지에 제멋대로 집 기둥을 뽑고 벽을 허문 정권이 그 과정을 감사받게 되자 ‘주인에게 덤비지 말라'고 한다.

대통령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이 충격적인 결정에 참여한 전문가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없는 것이다. 국회는 고사하고 국민 공론화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비전문적이고 즉흥적 결정으로 50년간 수많은 사람이 피땀 흘려 이룩해온 원전 기술과 산업이 송두리째 무너질 판이다. 7000억원 들여 새것이나 다름없이 만든 원전을 경제성 평가를 왜곡 조작해 폐쇄했다. 조작을 숨기려고 공문서를 삭제했다. 신한울 3·4호기도 어정쩡한 상태로 건설이 멈춰서 있다. 5년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를 마음대로 흔들 수 있는가. 임기 후 몰아닥칠 후폭풍을 문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5년 정권이 집 대들보를 들어낸 일은 헤아릴 수도 없다. 제멋대로 빚을 내 국가부채가 무려 340조원이나 늘어나게 됐다. 상상도 못한 일이다. 지역 토건사업에 매표용 돈을 뿌리려고 타당성 조사까지 없애버렸다. 거의 모든 전문가가 권하는 선별 재난지원금을 거부하고 선거용으로 전 국민에게 뿌렸다. 또 뿌리겠다고 한다. 4년 전 결론 난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10조원을 들여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겠다고 한다. 부산시장 선거 때문이다.

선거법을 선거 당사자인 야당이 반대하는데도 마음대로 뜯어고치고 나라의 형사 사법 시스템인 공수처법도 합의 없이 멋대로 만들고 변경했다. 국민의 삶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주택임대차보호법도 마음대로 고쳐 단독 처리했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황당한 실험을 하다 실패하자 모른 척하고 있다. 전국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에 전부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집의 기둥과 벽을 허무는 것도 모자라 구들까지 파헤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해야 할 노동개혁, 공공개혁, 구조개혁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전부 퇴보시켰다. 보다 못한 국민들이 “이 나라가 네 것이냐”고 묻게 됐다. 이 정권이 그 물음에 내놓은 답은 ‘이 나라는 내 것이다'이다.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선거에 이기니 이렇게 오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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