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뛰어넘는 경이로운 생물.. "인류에겐 희망"

조성민 입력 2021. 1. 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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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에 강한 코끼리.. 안 늙는 소나무
방사능 먹어치워 없애는 세균도
인류존속 위한 유전연구 잠재력 커
생물 보존·생태 과학 중요성 설파
카메룬에 서식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개구리인 ‘골리앗개구리’의 모습. 가장 큰 몸길이의 기록이 32㎝에 달하고 다리를 쭉 펴면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3m를 뛰고 울음주머니가 없어 울지 못한다. 저자에 따르면 카메룬에서는 이 개구리의 몸집이 인간 아기만하다고 해서 ‘베베’라고 부른다. 퀸즈랜드 개구리 협회 홈페이지 캡처
굉장한 것들의 세계/매슈 D. 러플랜트/하윤숙 옮김/북트리거/2만2000원

인간은 비교하길 좋아한다. 특정한 기준으로 줄을 세우고 순위를 매기는 것은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다. 태초부터 우리는 강하고 빠른, 그리고 치명적인 생물을 찾아내고 피해야 하는 무력한 생물 종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문명을 통해 안전한 생활을 성취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비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다른 종의 생존방식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어떤 대자연의 생물들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비밀을 품고 있고 때때로 우리의 상식을 너무도 쉽게 뛰어넘는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인류에게 최고·최강·최장의 생물을 찾는 일은 본능에 가깝다.

거대한 문명을 업고 가끔 인류는 스스로 지구상 최강 종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더는 어떤 생물도 우리를 직접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창궐이 생태계 전반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총체적 결과라고 말한다. 다른 수많은 생물 종들과 우리는 존망을 함께하고 멸종의 순간까지 생존의 위협은 계속되는 것이다.

호기심과 공동 생존을 위한 연구. 이 두 가지를 책 ‘굉장한 것들의 세계’는 한 번에 충족하려 한다. 현재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생물들을 살펴보는 일을 통해서다. 그간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거의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생물들의 굉장한 면을 흥미롭게 파헤치고 이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알려준다.
매슈 D. 러플랜트/하윤숙 옮김/북트리거/2만2000원
예를 들면 코끼리는 인간과 개, 고양이 등 포유류에게 가장 흔한 질병인 암을 거의 100% 피해간다. 코끼리의 특정 유전자가 돌연변이 세포를 ‘자살’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강털소나무는 4000년을 넘게 살면서 조금도 늙지 않는다. 인류의 미래를 수차례 위협했던 방사능을 흔적도 없이 먹어치우는 세균도 발견됐다. 진드기는 1초당 자기 몸길이의 무려 300배를 ‘달려서’ 이동하고, 고함원숭이는 고환이 작을수록 고함을 크게 지른다. 수명 대비 기억력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단세포생물도 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화의 세계를 폭넓고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 한편 지속가능한 인류 발전과 존속을 위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유전자 연구에서는 다양한 생물 종을 참고하는 것이 더욱 필수적이다. 인간의 유전자 연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들을 유전체가 상대적으로 짧은 퉁소상어나 가장 긴 염기서열을 가진 아홀로틀 등을 통해 빛을 비출 수 있다. 또 모노라피스 쿠니, 사시나무 클론 등 기이할 정도로 장수하는 생물들의 생활습관은 인간에도 충분히 적용해 생명 연장 연구자들의 참고서가 된다. 뱀과 거미, 담뱃잎 등 그 자체로 치명적인 독성 생물은 동시에 인간의 생명을 구할 잠재력을 품고 있기도 하다.

극단적인 생물 종에 심취한 저자는 ‘최상위 생물’을 ‘과학계의 위대한 사절단’이라고 부른다. 존재 자체로 흥미롭고 경이로워서 평소 과학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마저도 생태학, 환경 보전과 연구의 중요성 등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일반에 관심을 끌어야만 연구가 활기를 띠고, 해당 생물을 보존할 수 있으며, 그것이 다시 인류의 생존에 큰 이득으로 돌아온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는 특정한 기준 끝자락에 존재하는 극단의 존재를 끈질기게 취재했다. 특히 과학과 언론에 외면받아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것이 골리앗개구리다. 중앙아프리카의 골리앗개구리는 거북이, 새, 박쥐 등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메룬에서는 이 개구리의 몸집이 인간 아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베베’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개구리이지만, 과학에게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과학, 기술, 건강 관련 간행물을 모아놓은 ‘사이언스 다이렉트’에는 개구리에 관한 연구논문이 총 11만4000개 넘게 있지만, 골리앗개구리를 특정해서 이뤄진 연구는 단 한 건뿐이라고 저자는 지적했다.

기자이자 언론학과 교수인 저자 매슈 D 러플랜트는 기자 시절 이라크, 쿠바, 에티오피아, 엘살바도르 등 열두 곳이 넘는 국가를 오가며 보도했다. 단독 집필로는 첫 책인 ‘굉장한 것들의 세계’는 미국 유명 서평지 ‘포어워드 리뷰’에서 2019년 인디 과학부문 은상을 받는 등 많은 과학자와 저술가에게 찬사를 받았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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