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전쟁의 공포'가 평화 만들었다
세계사 굵직굵직한 사건 정리하며 결론
무한한 권력욕·끝없는 국가경쟁이 원인
1차 세계대전 등 비극적 사건 주목해야
강대국들 조화로운 질서 기치로 내세워
역사 교훈 되새겨 '인류 염원' 지켜가야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평화를 향한 열망, 무력의 한계를 잘 아는 훌륭한 왕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 나서라 충동하는 이 심장의 격노를 잠재우소서. 아니면, 신이시여, …싸움과 미움과 악마 같은 죽음을 멀리할 수 있도록 내게 담대함을 주소서.”
중국 주나라의 청동기에 새겨진 글은 “천상에서 빛나고 결백하신 상제와 수호자들은 천자에게 막중한 명령과 충만한 축복과 풍요로운 수확을 내리신다”며 ‘천명(天命)’을 제시했다. 이런 명제를 선전한 주나라가 지향한 궁극적인 상태는 거대한 평화, 즉 ‘태평(太平)’이었다.
인류 역사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문학과 국가의 정치적 수사에는 평화를 향한 강렬한 열망이 표현되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평화는 인류의 공통된 염원이다.
책은 역사가 진행되며 드러났던 권력의 분포, 정치체제, 정치체 간의 접촉과 교류, 자연의 가치와 환경 변화의 중대성, 국제정치의 사상적 변천을 탐색한다. 특히 국제사회가 국가 혹은 정치체 간의 경쟁과 갈등 자체를 줄이거나, 경쟁의 파괴력을 낮추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음에도 “역사상 모든 사회가 인간의 무한한 권력욕, 국가와 국가의 끝없은 경쟁이라는 동일한 힘에 의해” 작동되었기 때문에 국제정치가 결국은 혼돈의 장일 수밖에 없음을 냉정하게 분석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1차 세계대전은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쟁의 참혹함을 이해한 때가 달리 없을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비극적인 일대 사건이었다. 1914년 6월 세르비아의 한 민족주의자가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하며 촉발된 긴장은 5주도 지나지 않아 유럽의 강대국 전부가 전쟁에 뛰어드는 무서운 결과를 낳았다. 각국의 산업 역량과 기술력이 총동원되어 전례 없는 규모와 강도의 전투가 이어졌고 전쟁 기간 동안 15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14∼1918년의 대전쟁은 100년간의 강대국 권력정치가 도달한 비극적인 절정이었다.
조화로운 세계질서를 통한 평화에 대한 기대는 늘 있었다. 서기전 5세기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델로스동맹에 들어온다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다른 그리스 도시들에게 약속했다. 2500년 후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자유세계를 보호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 주석 시진핑은 전과는 다른 세계질서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쟁을 벌이는 대신 평화로운 수단으로 경쟁하리라”는 믿음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나라가 번영할수록 침략자에겐 탐나는 먹잇감되고, 한순간이라도 힘이 약해지면 잠복 중이던 여러 세력 중 하나가 침략을 개시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인다.
저자가 3000년 세계사를 조망하며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은 “진보의 가능성과 퇴보의 위험 모두를 드러내는”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새기기 위한 것이다.
“돌아보건대 세계는 분명 상승하는 곡선을 그려 왔지만, 그 과정에는 급격한 퇴보도 있었다. 미래에 기다리는 새로운 위기를 완화하고 예방하려면 우리는 역사의 양면을 이해해야 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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