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에세이] 오바마가 사랑한 서퍼
‘바바리안 데이즈’(알마)는 뉴요커 기자이자 서퍼인 윌리엄 피네건이 쓴 에세이다. 그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읽은 책이라고 밝히면서 유명해졌다. 오바마가 스타가 되기 전부터 둘은 친분이 있었다. 피네건이 오바마보다 아홉 살 정도 많지만 둘 다 하와이에서 자랐다. 나는 매년 100권 정도 책을 사서 50권 정도를 읽는데,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열 권 정도 된다. 그 열 권은 읽고 또 읽는다. 이 책도 그중 한 권이다.
백인인 열세 살 피네건은 토착민과 동양인이 주류인 하와이 카이무키에서 비주류였다. 가혹한 괴로움,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그는 그러다 서핑에 몰입했다. 서핑의 본질은 야성이다. “파도는 경기장이었다. 파도는 목표였다. 동시에 파도는 적수이고, 복수의 여신이며, 심지어 철천지원수였다. 그리고 서핑은 피난처, 행복한 은신처였지만 살아남기 힘든 황야이기도 했다”고 그는 썼다. 그에게 서핑이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이 파묻힌 깊은 광산’이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서핑을 하기 위해 직장은 구하지 않았다. 남아프리카, 호주, 남태평양의 여러 나라를 떠돌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서핑 때문이었다.
어떤 사회는 인간을 출신 대학이나 다니는 직장 같은 것으로 낙인 찍는다. 한국은 그런 경향이 심했던 나라다. 최근에는 정도가 꽤 줄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그런 경향이 강한 편이다. 출신 대학이나 직장은 10대와 20대에 결정된다. 이후에는 그 낙인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어느 사회에나 그런 낙인을 거부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 사람이 강한 에너지와 선명한 자의식에 실력까지 갖고 있다면 어마어마한 매력을 분출해낸다. 이 책은 그런 사람이 쓴 책이다.
어부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다에서 목숨을 걸지만, 서퍼들은 큰 파도를 잡아 완벽한 서핑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달의 어두운 면을 목적 없이 헤매며 청춘을 낭비하는 여행이 그렇게 길 필요가 있었을까?” 회의하면서도 그는 국경을 오가며 서핑을 하면서 끊임없이 읽고 썼다. 정갈한 문체, 매력 있는 캐릭터, 건강한 에너지, 비범한 시각으로 가득 찬 이 책은 매혹당한 인간이야말로 매력적인 인간이며 그 매력은 매혹당한 자의 몰입과 집중에서 나온 것임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슬픔과 환희를 반복해서 느꼈다. 매혹적인 책이다. 김동조·글 쓰는 트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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