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백반집·세신사.. 굴곡진 순이들의 人生

이기문 기자 입력 2021. 1. 16. 03:03 수정 2021. 1. 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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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의 기원

최현숙 지음 | 글항아리 | 352쪽 | 1만8000원

김순애. 정금순. 전남 나주에서 사는, 특별할 것 없는 여자들 이름은 어떤 역사의 원형이 된다. 그들 삶의 이력은 같은 세대 여성들이 경험한 보편 역사이면서 동시에 고통의 내력이기도 하다. 구술로 둘의 생애를 기록한 저자는 ‘억척’이란 단어로 여성의 공시적(共時的) 삶을 정의한다. 예순둘 김순애는 아홉 살 때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면서 살림을 도맡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서울서 식모살이를 했다. 귀향해 결혼하고 시댁서 농사를 지었다. 시어머니는 말끝마다 욕설을 붙였고, 남편은 외도했다. 예순하나 정금순은 첫 데이트 때 자기를 성폭행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 임신부는 사람들 시선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임신 3개월부터 남편은 바람을 피웠고 경제 지원을 끊었다.

척박한 환경을 뚫고 주체성은 끝내 핀다. “이혼해줄래 장사하게 해줄래?” 했던 김순애는 백반 집을 차려 홀로 섰다. 전국여성농민회장으로 농민운동을 이끌었다. 정금순은 16년 만에 남편을 떠나 화장품 외판원과 세신사를 하며 자식을 키웠다. 재혼하고 5만평 대농을 꾸렸다. 이름자에 순(順)이 들어간 여자들은 “살다 보니 독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 소리 안 듣고는 살 수가 없더라고요.”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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