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84] '영끌' 못하면 '벼락거지'?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뚫던 날 친구는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다’는 철칙을 깨고 계좌를 열었다. 2021년 벽두부터 ‘현금이 가장 큰 리스크다’라는 신문 헤드라인을 봤다.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경험담도 넘친다. ‘포모(FOMO) 증후군'의 등장도 심상찮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라는 공포를 내포한다. 지하철 도착 알림이 들리면 내 쪽 방향이 아닌데도 남들이 뛰면 같이 뛰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팟캐스트를 듣다가 영화 ‘인터스텔라’가 유독 한국에서 잘된 이유가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찾아가 말하고 싶은 게 많은 게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반포 주공 아파트’와 ‘개포 주공’을 사겠다는 진행자들의 말을 듣다가 생각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초능력을 지구를 구하는 데 쓰는 건 할리우드식 판타지일 뿐, 현실은 자기 구제에도 버거운 것이구나.
택시기사가 손님에게 주식 종목을 추천할 때가 지수의 꼭대기란 말을 들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매몰되지 말고 ‘뉴 노멀’을 인정해야 코로나가 앞당긴 ‘변화의 속도’에 대응할 것이란 충고도 기억난다. 시장을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라는 증시 격언이 있지만, 예측하지 않고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결국 시장은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버블과 유동성 파티를 즐기되 늘 탈출할 수 있는 문 옆에서 즐기라는 말도 존재한다.
분명한 건 두려움은 안개처럼 실체가 없지만, 공포는 실체가 있는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그 구체성의 낱낱은 2020년의 신조어가 말해준다. ‘영끌’하지 못해 ‘벼락거지’가 되는 것. 나심 탈레브는 자신의 책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운 좋은 바보들”이라고 말했지만 이 말이 딱히 위안이 되진 않는다. 신조어 풍년은 급격한 변화의 방증이다. 2021년에는 우리는 또 어떤 신조어와 맞닥뜨릴까, 내심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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