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에세이의 시대
“에세이는 ‘한 개인’의 체험 경험 생각 감상이 독자와 같은 진동수로 공명해야 울림을 갖는 장르다. 지극히 사적인 글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나의 치명적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 나는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도 불편한 외향적 내향성의 인간이다.”
다독가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는 독서 에세이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민음사)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다가 시쳇말로 ‘빵’ 터졌습니다. ‘일리아스’ ‘죄와 벌’ 등 52권의 고전에 대해 쓴 저자 이수은씨는 에세이를 주력으로 하는 출판사 대표입니다. 좋은 에세이, 팔리는 에세이, 망하는 에세이를 알아보는 감식안을 갖고 있다 자평하지만 “선배가 써 봐요”라는 출판계 후배 제안을 받고는 ‘얘는 나를 모르나?’ 했다는군요.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생각해 종종 ‘가볍다’ 폄하되는 장르이지만 포장 없이 진솔한 ‘내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맨몸으로 남 앞에 나섰다 상처받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지난해엔 알코올중독, 거식증 등 결함투성이 자신을 용감하게 드러낸 에세이가 넉 달 만에 2만부 팔리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미국 작가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바다출판사). 국내 서점가에서 엉망진창인 내면을 자기파괴적이다 싶을 만큼 까뒤집어 보이는 미국식 에세이의 약진은 드문 일이죠.
교보문고는 2020년 결산 보고서에서 “에세이의 시대는 가고, 자기계발서의 시대가 왔다”고 했지만 진정한 ‘에세이의 시대’는 지금부터라 생각합니다. 글 쓰는 트레이더 김동조씨가 ‘토요일엔 에세이’ 코너로 Books 필진에 합류했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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