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타계 10년.. 그 문학의 뿌리는 여기 있었네
박완서 지음|웅진지식하우스|360쪽|1만3000원
소설가 박완서(1931~2011) 타계 10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온 장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개정판이 나왔다. “늘 코를 흘리고 다녔다. 콧물이 아니라 누렇고 차진 코여서 훌쩍거려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아이들은 다 그랬다”며 작가의 유년 시절 회상으로 시작한 자전소설이다. 1930년대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난 작가가 추억 속의 식물 ‘싱아’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성장기를 재현했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리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작가는 1950년 서울에서 맞은 스무 살까지 회상했다. 작가는 “스무 살에 꿀 수 있는 온갖 황홀한 꿈 때문에 그 길이 그렇게 좋았는지, 그 길의 나무와 꽃과 풀과 훈풍이 그렇게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는지, 그 길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매혹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그해 5월을 되살려냈다. 하지만 곧 들이닥친 전쟁은 청춘의 꿈을 악몽으로 바꾸면서 친오빠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그 한(恨)은 결국 박완서 문학의 뿌리가 됐다. 후속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개정판도 함께 나왔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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