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미리내 [詩의 뜨락]

김신성 2021. 1.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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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우리 집에도 있다
오래된 갈비뼈 사이 흑백 그늘 속
물방울 떨어져 별이끼 자라는 가계의 서랍
마지막 금 한 톨
은 한 잎사귀와 함께
유구한 은유의 첫걸음을 떼는 내가 들어 있다
허름한 장롱 안쪽 내밀한 그곳
금 서랍 은 서랍
출생증명서, 신생아 사진, 첫울음 녹음테이프
햇빛 달빛으로 직조한 금사 은사 처녀포대기
꽃잎 신발
걸음마! 걸음마! 메아리친다
청춘이 버거운 날 몰래 열어 보면
밤중 은하에 놓인 청홍의 징검돌들
있다 내 미리내에도

●조명 시인 약력
 
△2003년 ‘시평’으로 등단. 시집 ‘여왕코끼리의 힘’,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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