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난린데.. 국회·관저 신축에 3兆 펑펑

임규민 기자 입력 2021. 1. 16. 03:01 수정 2021. 1. 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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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확진 세계 2위에도 뉴델리 행정단지 공사 강행 논란
‘힌두 민족주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18년 2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주의회 선거 지원 연설을 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인도 수도 뉴델리의 상징인 인디아 게이트(1차 세계대전 참전자 위령탑)에서 대통령궁까지 직선 3㎞ 도로는 ‘왕의 길(라즈파트)’로 불린다. 왕복 4차선 길을 따라 좌우에 총리 관저 등 주요 정부 건물들이 몰려 있다. 20세기 초 영국이 지배하던 시절, 지금의 골격이 만들어졌다.

인도 정부가 지난 100년간 수도의 얼굴이었던 이곳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센트럴 비스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은 총리 관저와 국회 의사당, 정부 청사 등 영국 지배를 받던 시절의 건물을 대체하는 새 건물을 짓는 것이다. 야당은 힌두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권이 이 사업을 장기 집권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 세계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의 대형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 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현지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라즈파트에 있는 행정 중심가 ‘센트럴 비스타'의 주요 건물을 신축하는 사업이 이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총 3조원이 드는 대형 사업이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자립을 상징할 꿈의 프로젝트”라며 “내년 독립 75주년을 맞는 우리 인도의 식민 잔재를 깨끗이 쓸어내는 일”이라고 했다.

뉴델리는 영국이 1911년부터 20년간 만든 계획 도시다. 그간 영국이 설계한 의사당 등이 자주 국가 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4년 총선에서 인도국민당(BJP)이 승리하고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수도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모디는 집권 2기를 맞은 2019년 9월 “새 행정 단지는 인도 고유의 문화와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센트럴 비스타 프로젝트의 조감도. /HCP Design

이후 여당은 의회 다수당의 힘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여당은 국민 대다수가 이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야당은 법적 투쟁에 나섰지만, 인도 대법원은 지난 5일 “중대한 하자가 없다”며 최종 승인 결정을 내렸다. 야당은 매일 1만명이 넘는 코로나 환자가 나오는 최악의 상황인데, 국가 보건 예산(10조원)의 30%에 맞먹는 돈을 들여 공사를 강행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항의했지만 사업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야당은 사업 이면에 힌두 근본주의를 바탕에 둔 집권 세력의 장기 집권 속셈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모디는 지난달 10일 신축 의사당 정초식(定礎式)에서 의례를 힌두교식으로 거행했다. 1947년 독립 이래 세속주의 원칙을 지켜온 인도에서는 이례적이다. 건물 내부 인테리어엔 힌두교와 밀접한 연꽃·반얀나무·공작새를 테마로 사용하기로 했다. 야당은 “서구권 의사당은 완공 200~300년이 돼도 버려지지 않는다”며 “(이 사업은) 모디의 사치스러운 민족주의적 허영일 뿐”이라고 했다.

인도 정계 안팎에선 현 여권의 향후 장기 집권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힌두교도가 대다수인 인도 국민들에게 이들 주장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지난 총선에서 하원 의석 543석 중 353석을 차지해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주축의 통일진보연합(UPA·91석)을 압도했다.

센트럴 비스타 프로젝트의 조감도. /HCP Design

소수 민족인 무슬림에 대한 탄압도 강해지고 있다. 모디 정부는 2019년 무슬림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잠무 카슈미르의 자치권을 65년 만에 박탈하고, 사실상 무슬림 배제를 겨냥한 시민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힌두 민족주의 인물이나 라마신(神) 등 힌두교 관련 거대 동상도 잇따라 세우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모디가 민족주의 포퓰리즘인 힌두트바(힌두 근본주의)를 앞세워 인도를 러시아와 같은 민주주의 장식만 갖춘 독재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모디의 계획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INC는 “코로나 방역과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 할 정부가 나랏돈을 허투루 쓰고 있다”며 장외 투쟁을 예고했다. 농민 수십만명의 농업 개혁 반대 시위도 골칫거리다. 일간 디나 산디는 11일 “코로나 방역, 경제 악화, 농민 시위의 삼중고에서 민족주의 토건 사업은 모디에게 또 하나의 격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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