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 청년을 '잃어버린 세대'로 방치할건가

입력 2021. 1. 1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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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실업률 25%, 그냥 쉬는 청년 45만
반시장 정책과 코로나 사태로 취직 안돼
기업 고용 의욕 북돋우려면 정책 바꿔야

모든 이가 코로나19의 고통에 시달리는 지금, 유독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겠는가. 2020년 통계청 고용 동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의 체감 실업률은 25.1%에 달했다. 청년 넷 중 한 명이 사실상 일자리 밖에 방치돼 있다는 뜻이다. 일할 의지가 있는데도 쉬었다는 청년은 44만8000명에 달했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 경제적 자립에 나설 나이에도 취업 문턱에 가로막혀 쉬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상황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몰아쳤던 23년 전과 비교해도 심각하다. 그때도 실업자가 쏟아졌지만, 지금처럼 20대를 집중적으로 몰아치지는 않았다. 왜 이런 시련이 20대를 엄습하고 있는지는 새삼스러운 설명이 필요 없다. 20대를 중심으로 겪고 있는 고용 참사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내내 강행된 반(反)시장적 정책실험의 후폭풍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게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그 수단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 비정규직 제로를 밀어붙였다. 모두 시장 원리를 거스른 것들이었다. 전문가와 기업인의 우려가 빗발쳤지만 꿈쩍 않고 밀고 나갔다. 이 정책의 부작용이 2018년부터 본격화하자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등을 포함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고용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자 희대의 꼼수가 동원됐다. 정부는 꽁초 줍기, 공원 순찰하기, 교실 전등 끄기 같은 알바성 일자리를 쏟아냈다. 이 때문에 지난 4년간 해마다 수십조원씩 모두 100조원 넘는 고용예산을 퍼부었다. 정책 책임자들은 “고용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고용 및 소득 관련 통계 기준을 바꾸고 통계청장까지 교체했다. 그 결과 통계상으로 고용 감소가 주춤하고 일자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일자리의 주인공은 60대였다. 지난해 증가 규모는 37만5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알바성 일자리로 채워진 고용 분식(粉飾)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거의 없다.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알바성 일자리를 걷어내면 실상은 참담하다. 견실한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고용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40대 가장의 일자리가 계속 줄고,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갖췄다는 20대 청년이 면접 볼 기회조차 없는 나라가 됐다.

입법 독주에 나선 정부는 여기서 반시장 고용정책을 멈춰주길 바란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규제 3법을 강행하고 노조법을 관철한 데 이어 해가 바뀌자마자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 옥죄기의 수위를 높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술 더 떠 코로나19 피해로 이익을 봤다면서 기업을 향해 이익공유제 도입을 제안하고 나섰다. 실무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한다. 그럴수록 기업은 고용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청년이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 반시장 정책에 흔들리는 기업이 고용을 고려할 여력이 없어지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언택트 업무가 늘고 경력 채용이 가속하면서 20대 청년의 취업 기회는 낙타바늘구멍이 되고 있다. 일본의 1990년대처럼 청년 시절, 때를 놓쳐 평생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잃어버린 세대’의 출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십 번 입사원서를 넣어도 면접할 기회조차 없는 청년들은 풀이 죽어 있다. 이들의 기(氣)를 살려줘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의 고용 의욕부터 되살려야 한다. 그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용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반시장 정책의 폭주를 멈춰야 한다. 결자해지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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