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상훈 입력 2021. 1. 1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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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 생활패턴을 뒤흔들어 놓은 한 해를 보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어 사실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을 택했다.

해질 무렵 땅거미가 지는 대지 위의 소탈하고 은은한 자연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새해 목표를 거창하게 외치기에 앞서 건강 조심하고, 겸허한 마음과 기도하는 자세로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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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 생활패턴을 뒤흔들어 놓은 한 해를 보냈다. 새해를 맞았지만 아직도 조심스럽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어 사실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을 택했다.

사실주의는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예술사조였다. 19세기 변화의 물꼬를 튼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달은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바꿔 놓았다. 증기기관차, 가스등, 사진기 등의 발명으로 사람들이 편안함과 여유를 갖게 됐고, 신문 잡지 등 매체의 등장으로 현실에 대한 폭넓은 관심도 나타냈다.

사실주의 화가들은 지식인이나 귀족을 대상으로 했던 종전의 추상적인 미의 이념 대신 ‘아름다운 것’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현실묘사로 눈을 돌렸다. 현실이나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객관적으로 나타내려 했다. 미술에서 소외된 서민들의 삶 속에서 주제를 택하기도 했으며, 보다 넓은 층의 사람들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기법이나 판화 같은 매체를 사용하기도 했다.

밀레는 농촌생활을 주된 소재로 했다. 농부들의 삶을 묘사해서 자연 속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만종’은 농촌 사람들의 삶을 소재로 한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작품이다. 헛된 욕심이나 가식이 없는 농촌생활의 모습이 은은하면서 차분한 느낌의 갈색 화면 위로 배어 나온다. 하루 일을 무사히 마친 것을 고마워하는 농부와 그의 아내가 멀리서 울려오는 교회의 저녁 종소리를 들으면서 기도하고 있다.

해질 무렵 땅거미가 지는 대지 위의 소탈하고 은은한 자연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뿌린 만큼 거둬 주는 자연의 정직한 보답과 그런 자연을 귀감 삼아 살아가는 농부들이 서사시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그들의 겸허한 마음과 검소하고 진솔한 삶이 복잡하고 이기적인 삶에 젖은 우리에게 지금까지도 감동을 주고 있다.

새해 목표를 거창하게 외치기에 앞서 건강 조심하고, 겸허한 마음과 기도하는 자세로 시작하면 어떨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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