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우리 곁에 또 한 명의 '정인이'가 있었다

박준철 기자 입력 2021. 1. 15. 21:34 수정 2021. 8.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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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남의 세 살 딸 '학대치사' 30대 여성, 징역 10년 '법정구속'

[경향신문]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아이를…
‘장난감 안 치운다’며 둔기로 때려
두개골 골절…뇌사 한 달 뒤 사망
친부, 엄벌해달라는 탄원서 제출
검찰은 ‘징역 20년’ 구형했지만
재판부 “초범·양형 권고기준 고려”

동거남의 세 살 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검찰은 앞서 이 여성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최근 입양된 16개월 여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후 나온 유사한 사건의 판결이어서 양형에 관심이 쏠렸지만 검찰 구형량의 절반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고은설)는 15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A씨는 이날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세 살밖에 안 된 어린 B양을 때려 숨지게 했다”며 “B양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짧은 생을 비참하게 마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B양의 친아버지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원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A씨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거짓 진술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 권고 기준이 징역 6∼10년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10년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9년 1월28일 경기 광주시의 자택에서 동거남의 딸 B양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또 B양의 가슴을 세게 밀쳐 바닥에 부딪치게 하거나 손으로 반복해서 때렸다.

B양은 두개골이 골절돼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 뒤인 같은 해 2월26일 숨졌다. 당시 검찰은 세 살밖에 안 된 어린 피해자가 두개골 골절로 인해 숨지게 할 정도로 심한 학대를 했다며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양이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는다’ ‘애견을 괴롭혔다’ 등의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치사’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A씨는 변호인을 통해 “학대와 숨진 B양과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고, 학대할 당시 B양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둔기로 어린 피해자를 때리는 등의 범행 방법이 잔인하다”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기준 형량을 따랐다.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이며, 대법원 양형위가 권고하는 기본 형량은 징역 4∼7년이다. 가중요소가 있다면 징역 6∼10년으로 권고 형량이 늘어난다.

다만 대법원 양형위는 가중요소와 감경요소를 각각 따진 뒤 가중요소 건수에서 감경요소 건수를 뺐는데도 가중요소가 2개 이상 많다면 특별가중을 통해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A씨의 경우 반복된 범행과 죄를 인정하지 않는 점은 가중요소로, 초범인 점은 감경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13일 서울남부지검은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에게 아동학대치사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살인죄를 추가한 바 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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