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의식 ICBM 감춰 '계산된 행보'
[경향신문]
‘다탄두 탑재 가능성’ 신형 SLBM 선보여 ‘핵무장력 강화’ 과시
개발 완료 600㎜급 초대형 방사포·대구경조종방사포 등도 동원
북한이 지난 14일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무장력을 과시하면서도 출범을 앞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계산된 행보’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14일 저녁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첨단 무기들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를 확증해줬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열병식을 이튿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중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열린 열병식에 ‘북극성-5ㅅ’이라고 적힌 신형 SLBM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등장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ㅅ’의 개량형이다. 기존보다 탄두부가 길어져 다탄두가 탑재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세계 최강의 병기”라고 강조했지만 북극성-5형 개발이 완료됐는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2019년 10월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했지만, ‘북극성-4형’은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의 개량된 모습도 공개됐다. 이스칸데르를 실은 차량(5축 10륜·바퀴 10개) 크기가 기존보다 1축 늘어난 만큼, 이스칸데르의 크기도 늘어났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스칸데르에 전술핵을 넣으려고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탄도 궤적을 그리며 상승하는 이스칸데르는 이후 수평 비행한 뒤 갑자기 솟구치는 기동을 하기 때문에 미사일방어체계(MD)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 밖에 2019년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 4·5·6연장의 발사대에 탑재한 600㎜급 초대형 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북한판 에이테킴스’인 전술지대지미사일 등이 동원됐다.
북한은 당 대회에서 당 규약 서문에 “국방력 강화”를 포함시키고, 장거리 타격 능력을 위한 전략 핵무기 개발을 강조했다. 북한 본토가 타격을 받더라도 ‘2차 타격’이 가능한 신형 SLBM을 열병식에서 공개한 것도 이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SLBM보다 사거리가 긴 ICBM은 공개하지 않았다. 열병식 규모도 3개월 전보다 축소됐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제시한 연장선에서 대화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SLBM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ICBM을 내놓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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