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부모에겐 있고 숨진 정인이에겐 없다

정반석 기자 2021. 1. 1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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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 학대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입니다. 이틀 전에 열린 정인이 사건 첫 재판을 보면 가해자인 양부모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정작 숨진 정인이를 위한 변호인은 없었습니다. 우리 법에는 학대 피해 아동들도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요, 그런데도 피해 아동 상당수가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화 '어린 의뢰인' 중 : (애가 애를 그랬다는 게 지금 말이 됩니까?) 애가 자백을 했잖아]

지난 2013년 칠곡 아동 학대사건.

8살 소녀가 멍투성이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11살 언니를 살인범으로 지목했습니다.

발로 차니까 동생이 죽었다는 자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수사 결과에 숨진 아이의 변호인단이 구성됐습니다.

[이명숙/칠곡 학대 사망 아동 변호인 : 경찰은 아이 사망에 새어머니가 관여한 것을 찾아내지 못했고요. 당시 검찰도 별 관심이 없었고요, 법원은 검사가 있는데 변호인이 왜 필요하냐고, 법정에서도 퇴정시켜버렸습니다.]

변호인단은 끈질긴 사실 확인 끝에 부모가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언니의 증언을 이끌어냈습니다.

결국 양어머니의 폭행으로 아이가 숨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국선변호인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경찰이 피해 아동의 의사를 물어 변호인을 신청하거나, 검사 직권으로 선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는 경우는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변호인 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변호인 선정을 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수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유기돼서 사망된 상태로 발견된 아동이 있었습니다. 출생신고부터 해서 조력할 변호사가 필요했는데, 검사님께서 사망한 아동에 대해서는 지정해주기 어렵다 하셔서 저희가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게다가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중상해를 입힌 아동 학대는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정하게 돼 있지만, 학대로 아이가 사망했을 때는 검사의 재량에 맡깁니다.

아동 학대에 살인이나 살인미수가 적용되면 아동학대처벌법에서 벗어나게 돼 선정조차 할 수 없습니다.

[신수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아이가 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중상해였던 사안이었는데 검사님께서 이것은 더 강력하게 살인미수로 기소하시려고 하셨는데, 오히려 피해자 변호사가 지정되지 못할 뻔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학대 아동 변호 의무화를 법무부에 권고해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폐기됐습니다.

학대 피해 아동에게 수사와 재판 과정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법률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 영상편집 : 원형희, CG : 서승현·최지원) 

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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