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유죄로 '권력형 범죄' 인정됐다는 검찰..조범동 항소심 쟁점은?

유설희 기자 2021. 1. 1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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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김정근 선임기자


“피고인의 범행을 정치권력과의 검은 유착에 의한 권력형 범죄였다고 평가할 만한 근거가 법정에 제출된 증거로 충분히 확인되지 못했다. 피고인의 범행이 권력형 범죄임을 전제로 하는 내용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로 취급할 수는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사모펀드 의혹 사건 1심 유죄 판결문에 나오는 양형 이유다.

조씨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는 지난해 6월 조씨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조씨가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공모한 혐의는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조국 전 장관 일가가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인 코링크PE와 관련해 조씨와 정 교수가 허위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수료 명목으로 회삿돈 1억5700만원을 정 교수에게 지급한 혐의, 조 전 장관 일가로부터 14억원을 출자받았지만 금융당국에는 펀드출자 약정금액을 100억원으로 부풀려 신고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조씨와 ‘정치권력’ 조국 전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부인인 정 교수 간의 유착 고리가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재판부가 조씨 범행이 정치권력과의 검은 유착인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이유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까. 15일 서울고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구자헌) 심리로 조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공적 지위를 오남용한 권력형 비리의 한 유형”이라고 주장하며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정 교수의 1심 유죄 판결문을 제시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가 제공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투자한 혐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가 유죄로 인정됐다는 점을 들었다. 정 교수는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의 실질적 경영자였던 조씨로부터 ‘WFM이 2018년 2월 군산공장을 가동한다’는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제공받아 WFM 주식을 매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30억원을 투자한 대가로 WFM 미공개 정보 제공이라는 특혜를 받았다고 본다. 검찰은 “정경심은 조범동에게 2015년~2018년 약 30억원을 초과하는 엄청난 거액을 투자했다”며 “정경심이 조범동에게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다수의 WFM 미공개 정보를 제공해 정경심으로 하여금 2억3600여만원에 이르는 거액의 불법적 이익을 제공해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교수와 조씨가 거액의 투자와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는 이른바 ‘기브 앤 테이크’ 관계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씨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의 영향력을 자신의 사업에 활용한 점도 ‘정치권력과의 검은 유착’ 정황으로 제시했다. 검찰은 “조범동은 우국환(전 WFM 대표)에게 자신의 ‘사촌 형’이 조국 민정수석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자신의 배경이 든든하기 때문에 더욱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해 우국환으로부터 WFM 경영권을 인수하고 우국환의 한국 배터리 펀드 투자 등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씨가 사업 파트너들에게 “조국 쪽 돈이 들어오니 곧 갚겠다. 돈을 빌려달라”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돼 있으니 그 영향력으로 펀드가 상장사 인수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했다. 검찰은 “조범동이 조국 민정수석과의 관계 및 영향력을 사업상 파트너인 WFM, 익성, 웰스씨앤티 등에 활용해 거액의 이익을 추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씨의 이러한 “신종 정경유착 범행”을 조씨의 불리한 양형사유로 반드시 참작해달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조씨에게 1심 결심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조씨 변호인은 “검사님이 구형한 내용 대부분이 조범동이 아닌 정경심 관련”이라며 “정경심과 공범 관계라는 점이 인정된다고 해도 권력을 이용한 범죄라고 볼 수 없는 건 명확하다”고 밝혔다.

조씨 측은 조씨가 조 전 장관 지지자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지하는 자 모두로부터 비난 대상이 돼 억울하다고도 했다. 조씨 측은 “조범동은 양쪽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됐다”며 “검찰 입장을 옹호하려는 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하지만 조국·정경심 지지자는 책임을 전부 조범동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와 조씨의 범행이 신종 정경유착인지에 대한 항소심 판단은 오는 29일 오후 2시에 나온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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