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용지에 몰래 적어 보낸 메시지..학대 아동 구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 1. 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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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판단으로 학대당하던 11세 소년을 구해낸 레스토랑 직원이 찬사를 받고 있다.

소년의 친모 크리스틴 스완(31)은 학대 사실을 알고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5일 뒤 아동방임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소년을 구한 직원 카르발호의 눈썰미와 판단력을 칭찬하면서 "아무리 작은 증거라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신고해 달라"고 시민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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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소년을 구해낸 레스토랑 직원
"작은 증거라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신고해 주세요"
레스토랑 직원 플라비안네 카르발호가 소년에게 건넨 메시지. 올랜도 경찰 제공
순간의 판단으로 학대당하던 11세 소년을 구해낸 레스토랑 직원이 찬사를 받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메트로 등에 따르면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레스토랑에 부부가 남자아이 한 명을 데리고 들어섰다. 부부는 아이를 홀로 의자에 앉히고 맞은편에 나란히 착석했다. 직원 플라비안네 카르발호는 주문을 받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카르발호는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부부가 아이에게 음식을 시키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문한 음식이 다 나왔는데도 아이에게 한 입도 주지 않은 것이다. 아이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카르발호는 그때부터 소년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의 몸엔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다.

아동학대를 확신한 카르발호는 A4 용지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부부 몰래 그들 뒤로 가 소년이 볼 수 있게 종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종이엔 “괜찮니?”라고 적혀있었다. 소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발호는 다시 “도움이 필요하니?”라 적어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발호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소년을 부모로부터 분리한 뒤 그에게 멍에 대해 물었다. 소년은 얼굴에 있는 멍은 침대에서 떨어져서, 팔에 있는 멍은 새아빠와 씨름하다 생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년을 어린이 병원으로 데려가 자세한 검사를 받게 했다. 소년의 눈꺼풀과 귓불에서 멍이 추가로 발견됐고 평균보다 9kg이나 적은 심각한 저체중 상태임이 확인됐다. 소년은 그제야 부모의 학대를 실토했다.

소년의 양부 티모시 윌슨(34·왼쪽)과 친모 크리스틴 스완(31). 오렌지 카운티 교정국 제공

경찰에 따르면 소년의 양부는 아이를 거꾸로 매달거나 여러 도구로 때렸고 심지어 수갑을 채워 수레에 묶는 등 잔혹한 폭력을 일삼았다. 또 양부는 아이에게 툭하면 밥을 주지 않았고, 아이가 하기 어려운 동작을 시켜 실패하면 벌을 내렸다. 소년은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폭력이 시작됐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부상 정도를 봤을 때 훨씬 이전부터 학대가 자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년의 양부 티모시 윌슨(34)은 그날 밤 상습 아동학대 및 방임 혐의로 체포됐다. 소년의 친모 크리스틴 스완(31)은 학대 사실을 알고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5일 뒤 아동방임 혐의로 체포됐다.

소년의 4살 난 여동생은 학대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과 여동생 둘 다 현재는 플로리다 아동가족부의 돌봄을 받고 있다.

경찰은 아동학대로부터 소년을 구한 레스토랑 직원 플라비안네 카르발호(왼쪽에서 네번째)를 불러 치하했다. 올랜도 경찰 제공

경찰은 소년을 구한 직원 카르발호의 눈썰미와 판단력을 칭찬하면서 “아무리 작은 증거라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신고해 달라”고 시민에 호소했다.

카르발호는 지역 방송국 인터뷰에서 “오히려 도움을 요청한 소년의 용기를 칭찬한다”며 “인간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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