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묘한' 타이밍에 美 배터리 투자 늘리는 이유

2021. 1. 1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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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본드 발행해 조지아주 2공장 건설에 1조원 투자
-2023년 가동시 미국 내 2600여개 일자리 창출

'CES 2020'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과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다투고 있는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2021년 2월 10일 예정)을 앞두고 양 사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에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관련 특허 무효 심판(IPR) 8건이 최근 모두 기각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양 사의 신경전이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PTAB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특허 무효 심판(IPR) 2건에 대해 조사 개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이 PTAB에 제기한 총 8건의 특허 무효심판이 모두 기각됐다.

◆ 배터리 공장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 집중 투자

양 사의 배터리 소송전 판세는 LG에너지솔루션 쪽으로 기울고 있다. ITC가 2020년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분위기 반전을 위해 특허 무효 심판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SK이노베이션이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던 PTAB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PTAB의 조사 개시 각하 결정이 ITC 최종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PTAB 조사 개시 각하 결정이 ITC 최종 판결이나 연방지방법원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만일 ITC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면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배터리 셀, 모듈, 팩 등 제품 수입이 금지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이 불가능해진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1·2공장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19.7GWh 수준에서 100GWh까지 5배 확대하고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톱 3위 안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 침체된 미국 지역경제 위한 사회공헌활동 늘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2공장 건설을 위해 ‘그린본드’ 방식으로 1조원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그린본드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환경오염 예방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수목적 채권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본드 발행이 미국 내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인한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1월 20일 친환경 정책 기조의 바이든 정부 출범과 2월 예정된 ITC 최종 판결을 앞둔 만큼 미국 측 이해관계자들에게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기차 열풍에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의 향후 미국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이 있는 미국 현지 학교에 장학금 3만 달러(약 3300만원)를 기부한 데 이어 조지아주 오거스타대 산하 의료기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 지원을 위해 40만 달러(약 4억 3980만원)를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현지 채용도 늘리고 있는데 2020년 7월 조지아주·라니어공대와 일자리 2600여 개 창출 협약도 맺었다. 특허 무효 심판 청구가 반전의 카드였다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회심의 카드다.

미국 현지에서는 자국 이익을 고려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를 촉구하는 여론이 많다. 배터리 소송전에 이해관계가 있는 폭스바겐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기업과 관련 주정부도 양 사에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2020년 11월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현지 언론 메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이 가져올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조지아주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이 있고 테네시주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 전기차 공장이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폭스바겐은 배터리 공급사를 잃게 돼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며 현지 지역경제도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TC의 최종 판결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할 수 있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2공장 양산이 시작되는 2023년 말에는 미국인들을 위한 2600여개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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