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정부도 시행해야
[경향신문]
서울시가 14일 전국 최초로 ‘서울형 기초보장제’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도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는 중앙정부의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들은 부양가족이 있어도 소득·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생계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2300여가구가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시의적절하며, 이런 흐름이 다른 지자체는 물론 국가 전체에 조속히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발달장애아동을 둔 60대 여성이 생활고 끝에 숨졌는데, 그 시신이 5개월간 방치돼 충격을 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숨진 이 여성은 정부의 국민기초생활수급제 대상자로 월 약 28만원의 주거 급여를 받았을 뿐 생계·의료 급여는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계·의료 급여를 신청하려면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이혼한 남편과 딸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사망자가 이를 극도로 꺼려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모나 자녀 등 다른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할 능력이 없다는 걸 서류를 통해 입증해야 하는 조건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셈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던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발표하면서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이번 개선 대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을 발표하며 생계·의료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약 73만명(2018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국회 시정연설 등을 통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완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생계급여 지원의 경우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내년에 완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필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팍팍해졌다. 서울시의 선제적인 조치를 본받아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생계·의료 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함으로써 비수급 빈곤층을 지원해야 한다. 가장 힘들 때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복지의 본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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