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한류 팬 1억명 시대
[경향신문]
지난해 6월20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유세장이 썰렁했다. 미국의 10대 청소년 K팝 팬들이 수십만장의 무료입장권을 예매한 뒤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정의에 관심이 높고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팬 커뮤니티에 ‘정인이 사건’을 알리자 세계 각지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노래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며 생겨난 신조어인 ‘한류’는 이제 글로벌 문화가 됐다. K팝·K드라마뿐 아니라 한식·패션·뷰티·관광·정보기술(IT) 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 전반이 널리 알려지며 각광받고 있다. <한류의 역사>를 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한류의 성공 원동력으로 잘 섞이는 비빔밥 정신, 감정 발산 기질, 강한 성취 욕구와 평등 의식, IT 강국의 시너지 효과 등을 꼽는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엊그제 발간한 ‘2020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지(98개국)의 한류 동호회 회원 수가 전년 대비 약 545만명 늘어난 1억477만여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사상 처음 한류 팬 숫자가 1억명을 넘어선 것이다. 미주와 유럽 지역 팬이 각각 31%, 25%씩 늘어 1580만명, 1880만명을 기록한 게 한몫했다. 아프리카·중동 팬도 3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4배나 늘었다. 반면 한류의 원조 격인 중국에서 한한령의 여파로 1000만명이 줄어드는 등 아시아 한류 팬은 감소세를 보였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세상에서도 한류 열풍은 식지 않고 퍼져나갔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고 BTS의 우리말 노래가 빌보드 정상에 오르며 한국어의 한계를 넘어선 점이 주요인으로 꼽히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가는 디지털·미디어 기술을 바탕으로 ‘온택트(온라인 대면) 콘서트’ 등 다양한 한국식 플랫폼과 포맷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예전처럼 대면하지 않아도, 더 폭넓게 열린 온라인 공간에서 팬들과 더 긴밀하게 유대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코로나시대 신(新)한류는 초(超)연결로 빛을 발하고 있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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