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업 시작도 안 했는데 '버팀목 자금' 입금?..엉뚱한 지급 잇따라

양예빈 2021. 1. 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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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차 재난지원금과 이번 '버팀목자금' 모두 신청 대상자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2018년 온라인 쇼핑몰을 열 계획으로 사업자등록만 미리 했을 뿐, 실제로 쇼핑몰 운영은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업자등록증만 있는 '유령사업장'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서 소득이 발생한다면 '버팀목자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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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차 재난지원금과 이번 '버팀목자금' 모두 신청 대상자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2018년 온라인 쇼핑몰을 열 계획으로 사업자등록만 미리 했을 뿐, 실제로 쇼핑몰 운영은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사업장도 아예 없습니다. A씨는 고민 끝에 두 번 모두 지원금을 신청했고, 각각 100만 원씩 받은 뒤 기부했습니다.

버팀목자금과 새희망자금을 신청해 기부한 A씨


사업자 등록증만 있으면 지급?…줄줄 새는 버팀목 자금

쇼핑몰을 열 계획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낸 A씨. 영업을 한 적이 없기에, 매출은 당연히 0원입니다. 이런 A씨가 버팀목 자금 지급 대상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버팀목자금의 지급 원칙은 집합금지업종에 300만 원, 영업제한업종에200만 원, 1년 전보다 매출액이 감소한 연매출 4억 원 이하 일반업종에 100만 원을 지급하는 겁니다.

그런데 A씨에게는 왜 지급된걸까요? 이게 A씨만의 문제일까요?. KBS에는 A씨 사례를 비롯해, 비슷한 제보들이 더 들어왔습니다.

A씨에게 입금된 버팀목 자금


중소벤처기업부 담당부서에 문의해봤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사례는 있을 수 없다. 무조건 전년도 보다 매출이 줄어야만 지급이 된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대변인에게 해당 사례들을 제시하며 자세히 물어봤더니, "그 사업장 말고, 다른 개인적인 소득이 발생했고, 그 소득이 전년도 대비 줄었다면 그 소득 기록 때문에 '버팀목 자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업자등록증만 있는 '유령사업장'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서 소득이 발생한다면 '버팀목자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리는데요.

중기부는 "해당 사례는 잘못 지급된 사례에 해당하므로 환수조치 되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중기부는 아직 오지급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뿐 아니라 2차 지원금 지급 때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 없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중기부는 뒤늦게, 오지급 사례를 파악할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집합금지를 했는데도 백만 원뿐?…구청에선 '안 된다'·'나몰라라'

엉뚱한 지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받아야 하는 액수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받은 사업장도 있는데요.

#특공무술관장 김진용 씨는 실내체육 시설 집합금지 조치로 5주 동안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구청에 미리 문의해봤더니, 김 씨에게 "특공무술이니까, 당연히 체육시설이므로 집합금지를 해야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랐지만, 김 씨의 통장에 들어온 지원금은 백만 원 뿐. 집합 금지 업종에 해당하면 3백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2백만 원이 덜 지급된 겁니다.

특공무술관장 김진용 씨


김 씨는 왜 집합금지를 하고도, 백만 원 밖에 못 받았을까요?

바로, 특공무술은 '체육시설 설치 이용 관한 법률' 제 10조에 따라, 체육시설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서비스업으로 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체육시설업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사실상 '체육시설'인 특공무술, 킥복싱, 폴댄스, 주짓수 등을 가르치는 업장은 '집합금지'를 하고서도, 일반업종으로 분류돼 백 만원밖에 받지 못한 겁니다.

이 경우에는 따로 이의 신청을 하면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지만, 김 씨는 이러한 절차조차 안내받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구청에 몇 차례나 전화했지만, 모두들 "공문이 안 내려왔다. 이 부서 관할이 아니다" 등 책임 회피만 할뿐, 누구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임대료에, 대출이자, 인건비, 공과금 등 한 달에 나가야되는 돈만 7백 만원. 하지만 영업 자체를 못하니, 모든 것은 고스란히 김 씨의 빚으로 남았습니다. 집합금지업종에 지급되는 3백만 원도 김 씨에겐 턱없이 부족한 돈입니다. 그래도 정부 지침을 믿고 따르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지급되지 않으니 김 씨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김 씨는 "공무원들도 전화받고 일처리 하는거 힘든거 안다"며, "하지만 우리들만큼 괴로울까? 두 달 동안 돈을 한 푼도 못 번 우리들은 정말 괴롭다"며 한탄했습니다.

정작 필요한 곳에는 적게 지급되고,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는 버팀목 자금. 코로나 19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자금이, 정부의 미흡한 행정 처리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양예빈 기자 (yea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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