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했다 폭행·폭언 피해..교사 아동학대 신고↓

[EBS 저녁뉴스]

신고 의무자 가운데 아동학대를 가장 많이 신고하는 직군, 바로 학교 교사들인데요. 

많은 우려를 감수하고 학대 신고를 한 뒤에는 정작 이렇다 할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진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제자가 부모에게 학대당한 정황을 신고한 뒤, 가해 학부모로부터 5분 넘게 폭행을 당한 중학교 교사 A씨. 

조사 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됐고 신고 사실에 흥분한 부모가 교사를 폭행한 겁니다.

피해 학생은 결국 원가정으로 돌아갔고, 이제는 학대 사실을 목격하더라도 신고를 할지 망설입니다.

인터뷰: A씨 / 아동학대 신고 경험 교사

"지금도 잘 기억이 안 나요. 트라우마로 남아서 사실 그 기분이 잘 기억이 안 난다든가, 아득하게 기억이 난다든가…"

학생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재작년 신고의무자에 의해 신고된 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66%가 초중고등학교 교사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신고자의 신원은 비밀에 부친다는 원칙이 있지만, 학교에서 신고가 들어온 사실이 알려지면 사실상 담임교사 등으로 신고자가 특정되기 때문에, 부모 항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행과 폭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인터뷰: B씨 / 아동학대 신고 경험 교사

"기본적으로 바로 학교에 들어오거든요, 학부모들이. 그러다 보니까 교사는 전혀 보호를 받을 수 없죠. 전화 같은 거, 전화 같은 걸로 왜 네가 신고해서 우리 집을 힘들게 만드냐, 그리고 이게 무슨 학대냐…"

관리자도 학부모 민원을 걱정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많습니다.

인터뷰: C씨 / 아동학대 신고 경험 교사

"교장 선생님한테 보고하면 증거를 가져올 때까지는 일단 함구하고 있어라. 네가 말하는 게 주관적인 느낌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교원단체가 초중고 교사 800명을 조사한 결과, 교사 10명 가운데 2명 정도가 학대를 목격하고도 양육자의 위협과 소송을 걱정해 학대 신고를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다 보니 전체 아동학대 신고 사례 중 교사 등 신고의무자의 신고 비율은 3년 만에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교원단체는 관련 법을 개정해 아동학대 신고 이후 피해를 겪는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동석 교권복지본부장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고의무자로 법에 명시돼 있는데 그러한 부분에서 교사로서, 교육자로서 활동을 했는데 당연히 교원지위법상에 교육활동에 정당한 행위라고 봐야 되거든요."

전문가들은 또 사전 예약제 등을 통해 학교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