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특별사면' 위한 보수언론의 '아무말 대잔치'

정철운 기자 2021. 1. 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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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조선 "두 전직 대통령, 정치적 평가와 법적 처벌 충분히 내려졌다" 중앙 "동시 수감에 국격 걱정하는 목소리 높아지고 있다" 동아 "사면은 여론조사 봐가면서 할 일 아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14일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에게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 선고를 확정했다. 새누리당 공천개입 형량(2년)을 더해 모두 22년형으로 2039년 3월 출소 예정이다. 보수언론은 또다시 두 명의 전직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에서 14일 “법원의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 '사면'은 한 자도 없는 논평을 냈는데 정작 언론이 야단법석이다.

중앙일보는 15일 자 사설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형이 최종 결정됐다는 건 그가 사면 대상이 됐다는 의미”라며 “청와대와 여야가 아무리 원론적인 반응을 내놓는다해도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이상 사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나아가 “24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처럼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수감이 되풀이되자 국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도 1월2일자 사설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법적 처벌은 충분히 내려졌다. 수감이 더 이상 장기화되는 것에 무슨 의미를 둘 수 있는지를 국격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적 처벌은 형기를 채우고 나와야 충분히 내려진 것이다. 징역 20년과 징역 17년을 받은 이들이 법적 처벌을 충분히 받았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혹시 범죄자들이 형을 마치지 않고 나오게 해주는 것이 국격인가. 전직 대통령은 법치주의에 예외를 두는 것이 국격인가.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서 풀어주면 국격이 올라가나. 명백한 '국격'의 오남용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이명박씨. ⓒ연합뉴스

동아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으로 판결이 확정됐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확정판결을 이유로 사면 언급을 회피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론조사를 봐가면서 할 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통치권적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 두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4%, 찬성한다는 응답은 37%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사과와 반성이라는 전제를 다는 것도 구차하다. 전직 대통령은 수감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치적 굴욕을 겪었다”고 주장하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통합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중앙일보 역시 “대통령이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 기간만큼 혼란과 국론 분열은 가중될 것”이라 주장했다. 현 상황은 '혼란, 분열'로 묘사하고 사면은 '통합'으로 묘사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프레임 역시 근거는 없다.

역사적으로도 1997년 12월22일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합의로 이뤄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출소 이후 한국 사회가 통합의 길을 걸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군부독재를 지지하는 수구세력은 여전히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세력을 '빨갱이'라며 비난했고, 1980년 광주학살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은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지금까지도 전두환씨에 대한 국민적 분노 여론이 존재한다. 도대체 긍정적인 통합의 결과물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5일자 지면에서 '인정'에 호소했다. 이 신문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된 박 전 대통령은 갈수록 건강이 악화 돼 매주 두 차례씩 서울성모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깨 통증이 최근엔 목과 허리까지 번졌다고 한다”고 보도하며 “이젠 인도적 측면에서라도 대통령이 사면을 결단해야 한다”는 서청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전했다. 이어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의 말을 빌려 “자주 우시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2일 사설에서 “사면 문제는 오로지 인도적 측면에서, 국민통합 관점에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만약 조만간 있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하면 '몸도 안 좋은 사람에게 충분히 굴욕을 줬음에도 더 가둬두려고 한다'며 인정도, 자비도 없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설령 사면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더라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적 셈법으로 사면 카드를 이용한다'고 비판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에서의 고단함과 실망감으로 종종 과거를 '미화'하곤 한다. 그렇게 전직 대통령의 '과오'도 쉽게 잊힌다. 10월26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부끄럽다'였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은 이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상실했고 권위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다”고 썼다. “박 대통령은 최 씨 국정농단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흔들지 말라고 하더니 25일 자신의 국기문란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는 자리에서까지 거짓말을 했다”고 썼다. 그때와 2021년의 오늘, 박근혜씨는 무엇이 달라졌나.

조선일보는 지난해 발간한 '조선일보 100년사'에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보도를 두고 “국정농단을 저지르고 방치한 세력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보수인가라는 문제를 풀어야 했다”면서 “조선일보와 TV조선의 국정농단 보도는 '살아있는 권력'과의 싸움이었다”고 적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2016년 10월25일자 칼럼에서 “박 대통령을 감싸면 애국이고, 박 대통령을 비판하면 모두 반국가이고 친야당이란 말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당시엔 박근혜씨를 비판하는 것이 애국이었다는 주장인 셈인데, 이제 조선일보는 박근혜 국정농단 세력이 하루빨리 사면을 해줘야 할 만큼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보수'라고 인정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12월 JTBC보도화면 갈무리.

많은 이들이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보수언론의 지면을 기억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언론이야말로 '이명박-박근혜 체제'의 최대 부역자였다. 하지만 언론은 단 한 번도 자신들의 편향·왜곡 보도에 제대로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공범자'들은 너무 쉽게 '심판자'로 갈아탔다. 때문에 훈수를 둘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8월15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 등을 특별 사면했고 이들 신문에게 종합편성채널을 선물로 안겼다. '퇴임 후 노후보장'을 위한 MB의 '언론 프렌들리'였다고 본다면 사면을 요구하는 보수언론의 '순수성'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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