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금기에 갇힌 이야기, 알을 깨고 새롭게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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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출신의 고고학자 민채(정새별 분)는 어릴 적 자신의 집 앞에 있던 무덤의 발굴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그러나 민채는 무덤에 묻혀 있는 것이 '새 요괴'가 아니라 '여신'이라고 믿는다.
이어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민채가 재즈 바에서 초등학교 동창 혁필(임준식 분)과 나누는 대화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민채는 혁필이 왜 자신에게 미안해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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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신화·페미니즘 아우르는 작품
남녀 이분법 벗어난 새로운 '서사' 강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경주 출신의 고고학자 민채(정새별 분)는 어릴 적 자신의 집 앞에 있던 무덤의 발굴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할머니는 그 무덤이 여인으로 변신해 남자들을 홀렸던 ‘새 요괴’가 묻힌 곳이라는 전설을 들려주고는 했다. 그러나 민채는 무덤에 묻혀 있는 것이 ‘새 요괴’가 아니라 ‘여신’이라고 믿는다. 금기에 갇혀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막이 오르면 무대 뒤편의 커다란 무덤을 파헤치는 한 소녀가 등장한다. 이어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민채가 재즈 바에서 초등학교 동창 혁필(임준식 분)과 나누는 대화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국회의원인 혁필은 민채의 발굴조사를 선뜻 돕겠다고 나서면서 동시에 민채에게 미안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민채는 혁필이 왜 자신에게 미안해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후 민채는 무덤 발굴조사를 위한 서명을 받고자 초등학교 시절 은사와 친구들을 연이어 만나면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과거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달걀의 일’의 극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바로 민채에게 숨겨진 이 비밀이다. 물론 관객은 극이 전개되는 동안 민채의 비밀이 무엇인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혁필은 선화공주가 늦은 밤 남자와 만났다는 서동요를 노래하며 민채에게 다가온다. 이 장면만으로도 관객은 민채가 혁필로부터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크나큰 피해를 입었음을 미뤄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여성 서사를 내세운 작품은 많았다. 그러나 ‘달걀의 일’은 여성 서사를 남녀 이분법에서 벗어나 기존의 관습을 탈피한 새로운 서사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비밀을 알게 된 민채가 “잊고 살아라”라는 할머니(이정미 분) 앞에서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 기존 가치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창작집단 푸른수염 대표를 맡고 있는 연출가 안정민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연출의 글’에서 “여성에게도 금기가 있다. 그것을 대면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오래된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이야기를 죽여도 된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라고 썼다. 알을 깨고 나온 새로운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오는 17일까지 공연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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