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출산장려금 4천만원!'..전국 최고액 내건 지자체 어디?
인구절벽 지자체의 고육책..창원 최대 1억 추진
◆ 소멸위기 지자체 ◆
충북 제천시에서 역대 최고액의 출산장려금을 받는 가정이 나왔다.
15일 제천시에 따르면 제천에 거주하는 박 모씨(35)가 셋째 자녀를 출산했다며 지난 13일 '3快(쾌)한 주택자금 지원'을 처음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5000만원 이상 주택자금을 대출한 가정이 첫째를 낳으면 15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4000만원 등 총 5150만원의 은행 빚을 상환해주는 대책으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시에 따르면 박씨는 8세, 7세 두 아들을 둔 직장인으로 지난 1일 셋째 딸이 태어나 4000만원 혜택의 첫 주인공이 됐다.
제천시 관계자는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결혼과 출산, 주거 지원을 강력히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천은 주민 평균연령이 46.8세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6년 13만6500명이던 인구는 현재 13만3000명으로 3500명 감소했다.
올해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증가를 위한 현금 지원을 경쟁적으로 대폭 늘리거나 신설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처음 현실화돼 위기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출산장려금'이다.
지난 3일 경남 창원시는 결혼할 때 1억원을 대출해 셋째를 출산하면 대출금 전액을 탕감해주는 '결혼드림론'을 출시했다. 결혼할 때 1억원을 대출하면 첫째 출산 시 이자 면제, 둘째는 원금 30% 탕감, 셋째를 낳으면 전액 탕감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일각에서 '무조건 퍼주기식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자 창원시는 시행을 유보하고 정책을 보완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결혼드림론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다음달 나오면 전문가 간담회와 찬반 의견 수렴, 시민토론회 등을 거쳐 종합안을 다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시 인구는 현재 103만명으로 아슬아슬하게 100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현금 지원 확대가 인구 유입과 저출산 극복에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성영태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각종 현금 지원 확대는 단기 처방에 불과할 뿐"이라며 "출산 보육 교육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선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균 기자 / 우성덕 기자]
합계출산율 2명대 전국 유일
7년 연속 1위 해남군도 꺾어
인구유출 속도 빠른 지자체
각종 수당 쏟아내며 안간힘
"국가가 둘째부터 키워주는
획기적 대책이 저출산 극복"
전남 영광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2.54명(2019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2명을 넘어섰다. 2017년 1.54명에 비하면 괄목상대하게 급증했다. 특히 7년 연속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한 해남군(2위·1.89명)을 제친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이덕희 영광군 인구일자리정책실 결혼출산팀장은 군의 출산과 보육을 담당하는 책임자다. 이 팀장은 "근시안적 대책으론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면서 "출산 보육뿐만 아니라 청년정책 등이 모두 맞물릴 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광군은 2017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지금도 이 팀장 책상 뒤에는 군에서 시행하는 주요 정책 17개가 수록된 대형 알림판이 붙어 있다. 인구 5만3099명(지난해 말 기준)인 영광군이 올해 인구 증가를 위해 책정한 예산만 112억원에 달한다.
주요 대책을 훑어보면 우선 신생아 양육비로 첫째 5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다섯째 3000만원, 여섯째 이상은 3500만원이 지원된다.
신혼부부에게는 건강검진비로 여자 17만원, 남자 9만원씩을 준다. 난임 부부에게는 시술비 본임부담금 중 신선 배아 150만원, 동결 배아 50만원, 인공수정 30만원을 각각 지원한다. 이 팀장은 "난임 부부가 지난해 출산한 신생아가 39명에 달한다"면서 "정부와 군 등의 지원금으로 사실상 무료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출산 가정에는 디지털 체온계, 기저귀 가방, 휴대용 부스터 시트 등이 들어 있는 축하용품(30만원 상당)을 지급한다.
그는 "영광군은 65세 이상 인구가 29.2%에 달하는 데다 대학이 없어 인구 감소를 막기 어렵다"며 "인구가 매년 수백 명씩 줄고 있어 출산율 대책과 함께 청년들을 흡수할 수 있는 기업 유치 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영광군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 인구 6만9000여 명인 인천 강화군은 셋째 출산 시 지원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올해부터 1300만원으로 300만원 늘렸다. 전남 고흥군도 지난해까지는 둘째 아이까지 2년간 총 480만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720만원을 지원한다. 경북 영천시는 올해부터 지역 관내 중·고교와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기숙사나 주택으로 전입하면 학기당 기숙사비(주택임차료) 20만원을 해당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원한다.
지자체들이 각종 현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방 소멸 위기감이 매년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매년 발표하는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보면 지난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인 105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92%가 비수도권이다.
하지만 현금성 지원의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분위기다. 정부도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4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OECD 가운데 최저인 0.92명에 그쳤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도 저출산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지만 출산 장려를 위한 각종 수당은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자체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출산기본소득제 개념을 도입해 둘째부터는 국가가 다 키워준다는 획기적인 정책이 없으면 저출산 문제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광 = 박진주 기자 / 최승균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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