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대유행에 소비·고용 나락..한은, 출구 생각할 겨를 없었다

조지원 기자 2021. 1. 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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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 통화정책 완화 기조 유지]
긴축 시그널 잘못 보냈다가 가계부채 부실 쓰나미 우려
"저소득층 피해 커..유동성·금리정책 변경할 상황 아냐"
"부채 증가 속도 너무 가팔라" 자산 버블 경계 목소리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가계 부채가 1년 만에 100조 원 넘게 급증하고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에 무서운 속도로 쏠리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완화적 통화 기조의 출구를 열 생각도 못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정책 기조 전환 언급은 아직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소비·고용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출구의 문을 열겠다는 신호가 가계 부채 부실이라는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 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5월 기준 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낮춘 뒤 8개월째 동결 중이다. 기준 금리 동결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최근의 코로나19 3차 확산이 지난해의 1·2차 확산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와 고용 등 실물경제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지난해 11월 소매 판매액은 전월 대비 0.9% 줄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본격화된 12월 들어 감소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62만 8,000명 줄어들면서 전월(-27만 3,000명)보다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이나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큰 만큼 유동성 공급 조치를 정상화하거나 금리정책을 바꾸는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물가 상승 압력도 낮은 상태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 수준으로 당분간 0%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다 점차 1%대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은은 최근 우려를 낳고 있는 금융 안정 상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특히 자산 시장의 자금 흐름과 함께 가계 부채 증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실물 경기나 소득 여건에 비해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세가 빠르고 이 과정에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의 가계 부채 증가액은 100조 5,000억 원으로 2019년(60조 7,000억 원) 수준을 크게 뛰어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동시에 주택 가격도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되는 등 자산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가계 부채가 높은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상당히 가팔라져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지고 연체율도 낮은 상황인 만큼 현시점에서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한 대로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 심화의 영향으로 위축됐지만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설비투자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면서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에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올해 출구 전략을 꺼내 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 총재는 “미국 정책 결정의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경기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나 취약 계층이 처한 위험 등이 짧은 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와 이 총재의 기자 간담회에서는 환율과 관련된 구체적인 발언도 제한됐다. 이 총재는 경상수지 흑자와 거주자 해외투자 등 환율에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면서도 환율 수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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