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신 안되니 차라리 자퇴" 10대 검정고시 3만명

고민서 2021. 1.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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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학사 일정 꼬이자
자퇴 후 검정고시 지원 급증
수능 위주로 대학입학 노려
작년 응시자 70% 10대 학생
정부 정시확대도 영향 미친듯
#올해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A양(서울)은 2019년 말 고1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를 자퇴했다. 고등학교에서 1년을 보내면서 기대했던 만큼 내신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던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했다.

A양은 수개월 동안 고민하고 2주간 자퇴 숙려제 시간을 가졌음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자 자발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지난달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던 B군(서울)은 일찌감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정시에 매달렸다. B군은 "수시로는 목표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판단돼 자퇴를 강행했다"며 "고교 생활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대입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정규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대신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가려는 '학교 밖 학생'이 늘고 있다. 고교 내신 경쟁에서 밀려나 학생부로는 대입 수시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고교 자퇴생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15일 매일경제가 교육부에 의뢰해 받은 고졸 검정고시 연령별 응시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0대 응시자(13~19세)는 총 2만9254명으로 전체 응시자(4만2002명)의 69.6%에 달했다. 비율상 역대 최고치로, 고졸 검정고시 응시생 10명 중 7명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얘기다.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10대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5년 50.7%로 전체 응시자 중 절반을 넘은 데 이어 2016년 56.8%, 2017년 63.1%, 2018년 65.6%, 2019년 67.7% 등으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지역 고졸 검정고시 응시생(7264명) 중 70.3%(5107명)가 13~19세 청소년으로, 전년(67.4%)보다 2.9%포인트 늘었다. 5년 전인 2015년(60.6%)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고졸 검정고시를 보는 10대 중 절대 다수가 '자퇴→고졸 검정고시→대입 정시' 로드맵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1학년도 수능에 지원했던 검정고시 출신은 총 1만3691명으로 전체에서 2.8%를 차지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로 재학생·졸업생(재수생 등 n수생) 지원자가 모두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검정고시 출신 지원자는 오히려 1252명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학사일정 소화에 난항을 겪었던 2020년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대입 수시를 위한 학생부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자퇴를 고민했거나 실제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들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정시 확대 움직임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앞서 교육부는 서울의 주요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을 40% 이상 늘릴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올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선발 비중을 30~40%대로 끌어올렸다. 수시 이월 규모까지 감안하면 정시가 45~50% 안팎으로 확대되는 대학도 나온다.

이미 학원가에선 대입을 준비하려는 10대 자퇴생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수능 대비반이나 유학생 전문반 등을 운영하는 검정고시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서울 강남의 한 검정고시 학원 관계자는 "2020년은 코로나19로 학교 학생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자퇴를 고민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유독 많은 해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과거엔 고졸 학력을 취득하기 위해 찾아오는 만학도가 많았다면, 지금은 재원생 중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10대"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입시 체계에 변화가 잦은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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