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영이 엄마가 도대체 왜 그랬대?"..드라마 '오해영' 보며 수다떠는 AI

김금이 2021. 1.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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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전개 답하는 AI 개발한
서울대 '비디오튜링테스트'팀
등장인물 숨은 의도까지 추론
정답률 74%..유럽학회서 우승
돌봄·관찰서비스에 활용 가능
"인간 수준 이해력 구축 목표..
이루다, AI 윤리성찰 계기되길"

"주인공 엄마 덕이는 왜 음식을 많이 만들었을까?"(질문) "이웃과 함께 나눠 먹으려고 하기 때문이에요."(답)

서울대 AI연구원의 인공지능(AI) 연구 과제인 '비디오 튜링 테스트(VTT)' 팀은 드라마를 보며 사람처럼 질문에 대답하는 AI를 개발했다. 이 AI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추론해야 하는 질문에도 어려움 없이 답을 내놓는다. 국내 인기 드라마 '또! 오해영'을 보면서 "주인공의 머리 스타일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긴 곱슬머리"라고 대답하고, "해영이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자 덕이는 어떻게 반응했나"라고 묻자 "소리를 지르고 해영의 머리를 때렸다"며 상황을 설명해준다.

연구에 참여한 이민수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연구교수는 "사람은 시각·청각 등 지각 능력을 기반으로 복합적인 추론을 통해 비디오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AI가 사람처럼 다양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아직 어렵다"며 "VTT 과제는 인간 수준의 비디오 이해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제는 2017년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시작해 올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4~8월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에서 '비디오 스토리 이해를 위한 드라마 Q&A'를 주제로 AI 대회를 주관해 성능을 시험했다. 국제적 대회를 위해 '또! 오해영'의 영어 더빙 버전으로 비디오 클립 2만3928개를 생성하고 질문 1만7983개를 만들었다. 최성호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연구원은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대사가 많고 소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AI는 네 가지 난이도 질문을 받고 대답한다. 1단계는 단순한 상황 묘사지만 4단계로 갈수록 등장인물의 숨은 의도 등을 추론해야 한다. 참가 팀들은 정답이 달린 질문들을 학습용 데이터세트로 활용해 AI에 학습시킨 후 정답이 없는 문제에 도전했다. 대회에 참가한 연구자 50여 명 중 한국팀이 정답률 74%를 기록하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자료를 공개한 논문은 2월 2021 미국 인공지능 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과제 책임자인 장병탁 AI연구원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드라마 비디오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인간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지만, AI가 수행하려면 인간 수준의 종합 지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AI가 인간 수준으로 기능하는지를 테스트하는 효과적인 척도가 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드라마를 넘어서 사람을 위한 돌봄·관찰 서비스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개인용 로봇부터 유아나 환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보고하는 서비스, 주변 환경을 관찰해 보고하는 지능형 보안 시스템, 도로 상황을 설명해주는 보조 시스템의 원천기술이 될 수 있다. 최근 챗봇 '이루다'로 촉발된 AI 윤리 문제에 대해 최 연구원은 "이루다에 혐오 발언, 성희롱을 하듯이 인터넷에도 악성 댓글이 굉장히 많은데 AI가 그런 데이터를 학습하면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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