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1만4600회 출전..35년째 말타는 영원한 현역
키 150cm 체구 왜소해 기수 지원
30년째 밤 9시 취침, 새벽 4시 기상
부상후에도 회복되면 말타고 싶어
예순까지 이제 5년..다 채울 것
갈수록 1승 힘들어 더 소중해
◆ 나는 철인이다 ⑤ 경마 박태종 ◆
―기수가 된 계기는.
▶1980년대 초반 경마 기수 후보생 모집 포스터를 보신 이모부님이 권유하셨어요. 그때까지 말을 직접 본 적도, 경마가 있는지도 몰랐지만 지나치게 작은 키(150㎝)가 이유였죠. 키가 이러면 군대도 못 가고 헌혈조차 못할 정도로 제약이 많아요. 그런데 드디어 작은 신장이 유리한 분야를 찾은 거죠. 두 번 만에 시험에 붙고 아주 짧은 시간에 이 일이 '천직'이란 걸 느꼈어요.
▶거리는 가장 짧은 1000m부터 2300m까지 100~200m 단위로 있고, 경주도 6등급부터 가장 잘 뛰는 말들이 경쟁하는 1등급까지 나뉩니다. 경주마들은 1000m를 한 번 뛰면 체중이 거의 10㎏ 이상 빠지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경기에 나갑니다. 장거리일수록 페이스를 조절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경주마 경력이 긴 말들이 장거리를 뛰는 편이에요.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지.
▶한국마사회에 속한 말이 1500마리 이상인데 이 말들을 경주마로 훈련시키는 조교사(감독)분들이 있어요. 경주가 있으면 조교사들이 특정 말을 선택해 저 같은 프리기수에게 기승계약을 제안하는 방식이에요. 특히 기수가 특정 말과 경주 경험이 있다면 더욱더 우선 순위가 됩니다. 반면 계약기수는 특정 조교사와 특정 기간 전속계약을 맺어 정해진 범위의 말들만 탈 수 있고요. 경주마들은 운동을 너무 격하게 해서 부상도 있고 체력 소모가 커요. 일반 말보다 수명이 짧다 보니 웬만하면 정을 주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 첫 승리를 같이했던 '궁궐'은 기억에 남아요.
―서로 타자고 할 것 같은데.
▶기수의 필수 조건은 최대한 기승 가능 중량(말이 견디는 무게)을 줄이는 겁니다. 제가 기수 중에서도 몸무게가 왜소(47㎏)하다 보니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냈어요. 한창 때는 경주 한 달 전부터 예약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만큼 인기가 좋진 않아요(웃음). 기본적으로 먼저 타보자고 제안하는 분과 계약을 맺는 편입니다. 사실 좋은 성적 여부를 판가름하는 건 기수가 아닌 경주마의 혈통이죠. 한 번은 시가가 3억원 이상 나간다는 말을 타볼 기회가 있었는데 기대치가 높아서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근데 확실히 말이 좋아서 그런지 1등은 하더라고요.
―35년 이상 기수 생활을 했는데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중량이 곧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경주 전 반짝 단식하는 기수도 많아요. 저는 운 좋게도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에요. 몸 관리법이라면 운동량이 좀 많은 편입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기본적으로 말에 오르기 위한 훈련 외에도 하루 2시간 이상 웨이트와 스트레칭 훈련을 해요. 30년 이상 오후 9시 이전에 취침하고, 오전 4시 30분에 기상하고 있는데 기수들 대부분이 비슷할 거예요. 사고가 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종목이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기수로 오래가기 어려워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경주하다 낙마해서 흉추 압박 골절을 당했어요. 그 순간에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아내 도움을 받아 생각보다 빠르게 호전됐어요. 몸이 좀 괜찮아지니까 바로 '말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끔 경주하다 보면 부상 순간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는데 그때뿐이에요. 말 타는 게 제 운명인 것 같아요.
―언제까지 할 계획인지.
▶선수로 뛸 수 있는 정년이 만 60세예요. 이제 5년 남았는데 지금 몸 상태를 보면 기간을 다 채우지 않을까요. 경기에 출전하고 우승할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계속 쓰는 게 제겐 큰 의미가 있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 1승 올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더 소중하고 새로운 느낌이 들어요.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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