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통해 곁을 만든다는 것

오수경 입력 2021. 1. 15. 17:08 수정 2021. 3. 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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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 바로 옆에는 재개발도 비껴간 동네, 문안동이 있다.

다드래기 작가의 〈안녕 커뮤니티〉는 '문안동 안녕 연락망' 속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는 '따뜻한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리 간단치도 녹록지도 않은 '서늘한 개인사'를 담은 만화다.

그저 무심하게 안부를 묻고, 서로를 연민하며 적절하게 '오지랖'을 부리고, 욕망과 불안을 공유하며 느릿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문안동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쾌한 일일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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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 바로 옆에는 재개발도 비껴간 동네, 문안동이 있다. 낡은 가게, 다세대주택, 쪽방촌이 어지럽게 공존하는 그곳에는 “당장 죽어도 모를 나이”인 노인들이 산다. 적당히 활기찬 일상이 이어지던 어느 날, 일주일 넘게 연락이 닿지 않던 ‘문안사진관’ 박 사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사진관 건물 주인이자 재개발된 아파트 세이프빌에 홀로 사는 방덕수는 박 사장을 조금 더 일찍 살피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다 ‘문안동 안녕 연락망’을 만든다. 이른바 고독사 방지 프로젝트다.

그렇게 결성된 연락망은 매일 새벽 5시 방덕수를 시작으로 낙지집에서 알바하는 설쌍연, 퇴직 교사 장형팔과 김경욱, ‘세봉 꼬마김밥’ 사장 신세봉, 방덕수의 친구이자 설쌍연의 남편 조영순, ‘참피온 자전거’ 사장 이춘복으로 이어진다. 연락망이 한 바퀴 돌면 방덕수의 ‘필리핀 며느리’ 안젤라가 상황을 정리하여 단톡방에 공유한다. 여기에 반려견 ‘마리’와 함께 쪽방촌에서 사는 어딘가 수상한 정분례와 쪽방촌 사람들, 치매를 앓는 신세봉의 노모, ‘세이프 공인중개사’ 사장 허보경과 그의 반려인 장영남의 이야기가 더해져 ‘안녕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다드래기 작가의 〈안녕 커뮤니티〉는 ‘문안동 안녕 연락망’ 속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는 ‘따뜻한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리 간단치도 녹록지도 않은 ‘서늘한 개인사’를 담은 만화다. 그 개인사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미시사이기도 하다. 문안동에는 고령화사회의 서글픈 단면이 담겨 있으며 저마다의 인생에는 다문화 가정, 여성, 가부장, 성소수자, 빈곤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게다가 이야기의 중심에는 도시개발 문제가 수맥처럼 흐른다.

삶과 죽음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는 노인들과 ‘소수자’로 사는 이들을 섣불리 불행에 던져놓지 않는다. 서로 엉킨 관계들을 피아 혹은 선악 구도에 쉽게 가두지도 않는다. 그저 무심하게 안부를 묻고, 서로를 연민하며 적절하게 ‘오지랖’을 부리고, 욕망과 불안을 공유하며 느릿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문안동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쾌한 일일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가끔 ‘안부’를 묻는 게 무슨 힘이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안부라는 ‘오지랖’이 어떤 이를 고립에서 구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고 싶다. 특히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요즘은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고 우리가 지키고 싶은 문안동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책은 ‘안부’라는 신호로 곁을 만들고, 느슨하지만 든든한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비록 막막할지라도 서로 안부를 물으며 연결되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게 되어 있다.

오수경 (청어람 ARMC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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